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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일기 2편 : 퇴사를 결심한 날

인생은 타이밍 이라던 데....,

인생에 세 번째 회사였다.

그리고 만 15년을 근속했다.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했던 날은 정말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이유가 뭐였는지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습관처럼 내뱉던 마음에도 없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았던 그때 그날들이었던 거 같은데 정작 왜 퇴사를 생각했는지,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없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조금 달랐다.

회사도, 나도.

회사와 나 사이에도.


나는 조금씩 회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흘리고 있었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하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집에도 "퇴사를 생각하고 있어"라는 얘기를 꺼냈다.


어느 날, 엄마와 산책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퇴사 후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맞다. 나 퇴사해야지!!"


정말 갑작스러운 순간의 깨달음이었다.

퇴사 이후에 삶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나에겐 가장 큰 숙제였으나 정작 퇴사 타이밍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그날 밤 나는 지금 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한 달 생활비가 얼마인지 노트북을 꺼내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퇴사준비가 시작됐다.


다음날인 일요일,

어제의 깨달음의 여운을 느끼며, 과연 내가 월요일에 출근해서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만 입 다물면 그만인데....... 이게 맞는 걸까?'


익숙한 얼굴들이 떠올랐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 가벼운 인사를 나누던 지인들까지.

그러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아니야 그만둬야 해”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편안해졌다.


그렇게 잠시 두 생각이 교차되던 순간 다시금 깨달았다.

'익숙함이구나'....


나에게 퇴사는 오랜 시간 습관이고 반복된 내 삶의 루틴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그 삶의 익숙함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출근하자마자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습니다."


말로만 듣던 '그때가 아니면 안 될 거 같다는 타이밍'

그 타이밍이 나에겐 퇴사로 왔다.


그리고 그렇게,

두 달이 지나 나는 정말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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