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서 친한 사람들과 새벽에 일어나서 같이 축구를 보자고 했었다. 오늘 새벽 4시에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먼트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는데… 너무너무 다시 잠들고 싶었다. 머리가 아프고 몹시 피곤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연락을 해보니.. 한 명은 일어났고 한 명은 자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잘까.. 하면서 연락을 돌렸는데, 자던 사람이 일어나긴 했지만, 오늘 훈련을 나가기 때문에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자야겠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은 무산됐다.
나도 그냥 다시 잠들까.. 했는데 일어난 게 좀 억울해서 그냥 혼자서 챔스 결승을 봤다. 레알 팬으로서 레알이 15번째 우승을 하는 장면은 꼭 지켜보고 싶었다. 물론 오늘 보지 않아도 언젠가 다시 레알이 결승에 갈 것 같아서.. 막 엄청나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잠은 언제든지 잘 수 있지만 이 경기는 인생에서 딱 한 번이지 않는가…
그래서 꾹 참고 챔스 경기를 봤다. 이미 한 30-40분 정도 흐른 시점이었지만, 다행히 골이 들어가진 않았고, 0:0의 팽팽한 흐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반부터 급격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결국 코너킥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1골을 넣고, 약 10분? 정도 뒤에 상대 수비수의 치명적인 실수로 1골을 더 넣으며 쐐기를 박았다. 첫 골이 들어갈 때의 그 흥분과 기쁨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일어나서 그 위대한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매우.. 피곤하지만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 내 선택에 전혀 후회하지 않고,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