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이별했고, 이별한 지 2달 정도 되어간다. 생각보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중요한 건 “시간은 흐른다”는 것이다.
어떤 일로 인해 큰 상처를 받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고 시간이 멈추진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을 남긴다. 즉, 그 시간대에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한 자리에 머물러서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고 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면서 분명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은 그 대가로 나는 “시간”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현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세 가지의 시간대에 모두 존재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아무리 후회해 봤자 절대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아무리 잘 대비한다고 해도 내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세 가지 시간대 중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일 것이다.
이 세상에는 좋고 나쁜 것이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절대 악과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도 다른 측면에서 보면, 좋다고 바라봐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던 것도 오히려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우리는 다양한 일로 상처를 받고, 실패를 경험한다. 상처와 실패는 대부분이 생각하기에 “나쁜” 것이다. 근데 난 오히려 상처와 실패는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우리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상처는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우리에게 준다.
나는 이별을 겪을 때마다 “상처”를 입었다. 그건 바로 버림받는 상처이다. 언제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나를 떠나간다. 그렇게 이별을 겪을 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다. 모르는 척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사이에 내 마음 한편에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두려움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같이 할 수 있는 힘”을 믿었지만, 결국 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고, 그 사람은 끝내 “우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나를 떠났다. 나를 떠난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내가 슬픈 건, 왜 나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가… 이다. 나와 있을 때만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은데, 오히려 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으로 만드는 건가.
그러나 이런 상처는 오히려 나에게 좋은 원동력을 준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실패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상처를 받아봤기에 다른 사람보다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하고, 그 강한 마음은 나를 가꾸는 데 도움을 준다.
사실 며칠 동안, “재회”에 대해 깊게 고민했었다. 그런데 부러진 연필은 자국이 남지 않는가. 테이프로 감아서 다시 긴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쓸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다시 힘을 세게 주면 아무리 세게 테이프로 감았다고 한들, 부러진 상처로 인해 쉽게 부러질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돌아갈까도 고민했지만 그녀는 나를 한 번 버리고 간 사람이다. 과연 ‘예전처럼 똑같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난 ‘아니요.’라는 답을 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또 어떤 시련이 올 진 모르겠지만, 두 번, 세 번 찾아올 때 분명 연필은 다시 부러질 것이다. 난 그렇게 부러지는 상처를 계속 겪을 만큼 강하지 않다. 그러니 이제는 놓아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별이 무엇을 남겼는가’라고 묻는다면, “이별을 아파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눈물을 꾹 참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앞으로 내가 또 이별을 하며 아플 마음의 횟수를 줄일 방법을 찾았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예쁜 사랑을 하고, 또 아픈 이별을 하고 ‘다시 돌아갈까… 재회를 해볼까… ’ 혹은 ‘그냥 이제 막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모든, 이별을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주제넘지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우리 이제는 그만 아파합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