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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글 Jul 27. 2024

그래서 이별은 무엇을 남겼는가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7월 25-27일

헤어진 지 1달 하고도 절반 정도가 지나갔다.

생각보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내가 썼던 일기를 다시 보면서 글을 올리고, 또 1달 넘는 시간 동안 책도 읽고 여러 경험도 하면서 내가 했던 사랑이 어땠는지, 이별은 또 나에게 어떤 걸 줬는지, 그녀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등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이 지나갔고, 이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확실히 감정에 휩싸여서 아파하던 초반에 비하면,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물론 지금 하는 이 생각이 또 어떻게 변할지... 그건 나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마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이 내가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니깐, 나쁘진 않겠지?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 마음이 잘 정리가 되면, 그녀에게 편지를 한 통 써서 전해주고 싶었다. 다 전해주지 못한 말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그녀에게 고마운 게 너무 많아서... 그런 마음을 끝내 전하지 못한 채로 후회하면서 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물론 아직도 어떤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아야 할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이러다가 끝내 전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러니 후회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여기 끄적여 보고 싶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너에게 그 사랑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잘은 모르겠다. 너에게 있어 내가 첫사랑이어서 너무 영광이었고, 더욱 특별했을 텐데.. 내가 좋은 첫사랑, 또 너의 인생에서 그 순간이 좋은 빛으로 물들어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을 텐데... 내가 너무 무거운 짐만 그리고 상처만 주고 간 건 아닌지 미안하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네가 나에게 한 질문이 떠올랐어.

"내가 오빠를, 오빠의 그 걱정을 더 이상 들어주지 못하면 오빠는 날 안 사랑하는 거 아니야?"

헤어지고 나서, 아주 곰곰이 정말 깊게 생각해 봤는데, 내 답은 그럼에도 널 사랑해였어. 나는 너랑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고, 편안했어. 바쁘고 바쁜 내 인생에서 아주 작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쉼터였어.

너는 아주 좋은 사람이야. 너에게 큰 사랑을 주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사랑을 의심하지 마. 넌 그 사랑을 듬뿍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니깐.

우리는 역설적으로 비슷한 듯 서로 너무 달라서 오히려 잘 맞았어. 그렇지만 아직 서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엔 무리였나 봐. 내가 '미련하다' 글을 쓸 때만 해도 내가 있는 세계를 버리고 네가 사는 세계로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각각의 세계는 어느 한 가지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둘 다 필요한 세계인 것 같아.

그래도 너의 그 밝음과 에너지, 그 세계를 내 인생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500일 조금 넘는 그 시간이 난 너무 좋았어. 고마워..


이 편지의 한 부분을 일기에 써놨었는데, 지금 봐도 울컥하는 부분이 있는 걸 보면 그 사람이 나에게 되게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헤어진 지 2,3주 정도 지났을 때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봤다고 자주 말하고, 또 유튜브에 쇼츠로 자꾸 등장해서 이럴 바엔 그냥 처음부터 봐야겠다... 고 생각했다.

나는 독서도 좋지만, 가끔 힘들 때는 드라마나 영화 보는 걸 되게 좋아한다. 평소에 보는 시각과는 그 예민함이나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힘들 때 보면, 평소보다 훨씬 더 '이거 내 이야기야!' 아니면 '아...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인생 드라마가 나온다.


근데 이 드라마가 딱 그랬다. 물론 끝까지 다 보진 않았지만 이 드라마가 나에게 사랑이 어떤 건지 보여줬다.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던 건 "사랑"이 아닌 걸까? 아니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걸까...

이 드라마에서 내가 정말 폭풍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현우와 해인이 말다툼을 하는 장면인데, 그 순간조차도 현우는 해인에게 빨리 들어가자고 감기 걸리고 싶냐고 걱정을 했고, 해인이 현우의 어깨를 쳐다보자 현우는 해인에게 최대한 우산을 씌어주기 위해 자기 자신은 다 젖고 있었다.


'나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우산을 씌어주고 한쪽 어깨를 다 내줄 준비가 되어있었나?'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 것을 희생하더라도 그 즉시 달려가서 안아줄 수 있었나?'

'밤에 혼자 울면서 보내는 그녀의 시간이 너무 신경 쓰여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라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지? 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봤다.

상대방이 너무 미치도록 좋아서, 내 일을 할 때도 너무 신경 쓰이고 도저히 이성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에는 그런 상대방과는 절대 결혼할 수 없다고 하더라. 양쪽 모두 다 서로를 당연히 사랑하지만, 사랑도 하고 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적인 컨트롤이 가능한 사람끼리 결혼을 하는 거라고.

왜 결혼한 사람 중에 '이 사람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사람이 미치도록 좋아서' 결혼한 사람은 없을까? 그건 그러면 결혼해도 행복한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서...라고


나는 예전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이성을 잃는 연애를 해보면서, 특히 그럴 때 이별을 겪으면 내 삶이 다 무너질 정도로 너무 힘들고 연애를 하면서도 힘들었다는 걸 일찍이 깨달았던 것 같다.

근데 오히려 그 말을 너무 믿다 보니깐, 나 스스로도 이별을 했을 때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자기 방어처럼 상대방에게 100%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를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연애는 잔잔하고 편안했고, 또 그 안에서 행복했고 이별을 해도 내 삶이 다 무너질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후회가 많이 되는 연애였다.

결혼은 그 사람과 미래가 꿈꿔지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번 연애를 하면서 막연하게 이 사람이 너무 좋고, 좋아서 미치겠으니깐 꼭 같이 평생 살아야지?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꿈꿨다.

이 사람과 행복하게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돈을 열심히 벌고 싶었고, 서로의 꿈을 더 잘 이뤄나가길 진심으로 바랐고,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직업에 전념할 때도 그녀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너는 나에게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전달했지만, 나는 이성을 유지하는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를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너에게 표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 오래 못 만날 것 같아서...


맞다. 솔직히 말해서 사귀면서 마음이 편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내 고민이, 내 걱정이, 그리고 내 불안이 오늘은 얼마나 너를 힘들게 했을지 그 미안함과 후회로 언제나 밤에는 후회하고 속상했다.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네가 주는 사랑에 비해 나는 너무 적게 준다고 생각해 미안했고, 눈치도 보이고 걱정도 많이 됐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반이라는 그 모든 시간이 난 좋았다. 난.. 그냥 나는 너 옆에 그렇게 있고 싶었다. 언젠가 고쳐질 거라는 그 희망 하나만을 가진 채로 너와 미래를 꿈꾸고 싶었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너와 함께 웃으며 잠들고 싶었다. 나는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미래를 꿈꾸며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게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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