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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너랑 나랑 사랑했었지?

by 너의엄마


출산 후 채희는 육아의 현실에 부딪혔다. 육아 지식도 부족하고 집안일에도 소질이 없었던 그녀는 현우의 끝없는 울음과 예민한 반응에 지쳐갔다. 현우는 자주 울고 보채며 잠을 자지 못해 채희의 일상은 끊임없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가득 찼다. 울고 있는 현우를 보며 현우가 이러다 죽는건 아닌지.. 채희는 계속 겁이 났다. 이렇게 예민하고 운다면 베이비 시터가 아이를 예뻐할리 없고 TV에 나왔던 여러 사건들의 주인공이 현우가 될까봐 너무 무서웠다. 채희는 원래 100일 후 회사에 복귀하려고 했던 계획도 현우의 상태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선택을 하면서 채희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채희는 자신의 일을 너무 좋아했고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너무 고생을 했기에 그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채희는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민수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엉망진창인 집안과 짜증을 내는 채희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전에 가정에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 서로를 10년 동안 사랑하고 지지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음 속으로 비난하게 되었다.

"채희, 도대체 집안이 왜 이 모양이야? 하루 종일 뭐하고 있었던 거야?" 참고 참던 민수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현우가 하루 종일 울어대서 정신이 없었어. 나도 이 집이 엉망인 거 보기 싫다고!" 채희도 지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채희는 이 집을 통째로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집안의 상태가 마음에 안들었지만 집을 치울 여유도 에너지도 없는 상태였다.

"너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왜 이것밖에 못해? 나도 회사에서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고 왔다고!" 민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나도 힘들어, 민수야. 나도 현우 돌보느라 잠도 못 자고 지쳐 있어. 우리 시골에서 올라와서 도와줄 사람도 없잖아. 나 혼자 이 모든 걸 어떻게 다 감당하라고?" 채희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그녀의 서러움과 불안함이 터져나온듯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은 다 하잖아. 왜 너만 이러는거야?" 민수의 짜증과 예민함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채희에게 날아갔다. 두 사람의 커지고 날카로워진 싸움에 현우가 깼다. 역시나 깨자마나 현우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현우의 울음소리를 힘들어하는 채희는 급히 현우를 재우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어수선했고, 바닥에는 현우의 장난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녀는 현우를 안아 들고, 작게 흔들며 자장가를 불렀다. 하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루 종일 울고 보챈 현우를 돌보느라 그녀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한참 후, 현우가 잠들자 채희는 거실로 나왔다. 집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설거지하지 않은 접시들이 싱크대에 쌓여 있었고, 빨래감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채희는 한숨을 내쉬며 그 장면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이 혼란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왔다.

채희는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피부는 푸석푸석했다. 한때 자신을 가꾸고 꾸미는 것을 즐기던 그녀는 이제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었다. 채희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게 정말 나야?"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렇게 거지 같은 모습이 나라고?"

그 순간, 현우가 깨어나 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침묵했다. 채희는 눈물을 삼키며 현우를 달래러 갔다. 민수는 주먹을 쥐고 거실을 나섰다.

이렇게 서로에게 아픈 말을 하면서 채희와 민수는 엄마, 아빠가 되어 갔다. 서로 사랑하던 두사람은 예민해진 만큼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고 하지만 현우에게는 최선을 다하며 오묘한 관계로 발전해 갔다.



채희 언니가 전하고 싶은 말 : 아이를 낳고 변한 내 모습과 그의 모습에 좌절하는 날을 경험하고 있나요? 세상에서 제일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름이 엄마인거 같아요. 하지만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더 행복한 날이 기다리고 있어요. 걱정말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 힘들어서 보지 못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리워질거에요. 그리고 지금의 힘들었던 시간은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거에요. 집이 조금 지저분해도 괜찮아요. 내 모습이 조금 초라해도 괜찮아요. 지금 당신은 가장 찬란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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