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조명가게'라니

강풀 유니버스에서 엿보는 '탁월함'의 비밀

by 보라구름 Purple Cloud


나는 소위 스토리, 콘텐츠 덕후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덕후들이 있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그렇다.

책에 대한 리뷰는 꾸준히 브런치에 올리긴 하지만, 특히 스토리나 콘텐츠의 경우 OTT, 소위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티빙, 넷플릭스에 공개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는 따로 리뷰를 올리지 않는다. 왜냐면 리뷰를 할 시간에 봐야 할 재밌는 스토리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리지널 (original story)'을 거의 보는 편인데, 창작자들이 펜 하나로 만들어낸 세상은 내게 너무 매력적이고, 늘 그 비법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 된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

러닝머신에서 만나게 된 "조명가게"


그럴 때, 디즈니 플러스의 "조명가게"를 만났다. 누군가는 무서우니 밤에 보지 말라고 했고, 초반은 약간 어려울 수 있으나 잘 따라가다 보면 멋지고 놀라운 스토리를 만날 수 있을 거라 했다. 호기롭게, 러닝머신을 타면서 1편을 켰는데, 러닝의 리듬과 맞지 않아 이내 끄고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다. (보시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서는 궁금함을 못 이겨 다시 켰을 때는 최근에 만나본 스토리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는 "한국 호러 드라마의 기준이 되고 싶었다"라고 했는데, 내게는 다양하고 깊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도 같았다.




아니, 이토록 신박한 스토리를 쓰는 강풀작가는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거지? 오 마이 갓! 심지어 감독이 "김희원"이라고? 영화 "아저씨"에서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겼던 그 악당 김희원? 강풀 작가에 김희원 감독의 작품이라는 조합이 너무 흥미로웠는데, 특히 연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던 김희원 감독이 어떻게 첫 입봉작으로 이런 완성도 높은 장편 작품을 만들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조명가게"의 근본은 뭐니 뭐니 해도 시나리오의 힘이다. 강풀 작가가 작년 OTT를 강타했던 "무빙"에 이어 어떻게 "조명가게"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었는지, 그 창작의 비법을 한번 들여다보았다.


강풀 작게에게서 엿보는 "창작자의 탁월함"의 비밀


1. "자신만의 완벽한 루틴이 있다

(시사점 : 당신만의 루틴은? 영감은 부지런한 사람이 발견하는 선물이다.)


"물리적으로 작업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아침에 작업실에 출근해 4페이지 이상은 무조건 쓴다"면서 가끔씩은 "노래 가사를 적는다"라고 웃었다. 그렇지만, "제가 재미없는데, 남들한테 재미있으라고 내보내는 것은 사기라고 생각한다" 며, "내가 재밌을 때까지 쓰자"라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실제로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작업실로 출근하는 루틴을 10년 이상 지키고 있는데, 작업실에 들어오면, 고양이 밥을 주거나, 커피를 내리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일단 바로 책상에 앉아 4페이지 이상을 무조건 쓴다고 한다. 바로 찾아오고 사라지는 순간적인 영감을 잡기 위한 그의 집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과 약속한 그 분량이 채워졌을 때, 일상의 다른 행동들을 시작한다고 하고, 김희원 감독과 치열한 토론들도 바로 이 시간에 이뤄졌다고 한다. 김희원 감독도 멀리 있는 스튜디오를 새벽에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니, 두 천재의 노력과 집요함이 더해져 우리가 "무빙"이나 "조명가게" 같은 멋지고 감동스러운 스토리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2.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

(시사점 : 평범한 것을 낯설게 하는 당신만의 '비틀기'는?)


"무빙은 로맨스도 있고, 진입 장벽이 낮은데, 호러물은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한다. 호러물은 영화에 가장 적합은 장르 같다. 귀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맥이 풀리는 것 같다. 그래서 귀신들이 초능력을 갖고 그러지 않나. 저는 그런 쪽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작가 본인이 "조명가게"는 호러로 시작한 멜로라고 했는데, 이 두 장르의 기준점 같은 작품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한국형 히어로 무비"라는 "무빙"의 소재도 독특했지만, 조명가게를 작가님께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고 정의하신 부분도 인상적이다. 결국 남들이 다루지 않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강풀 작가의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 그가 웹툰 작가이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색다르면서도 신선한 것 같다. "무빙"에 출연한 김희원 감독에 대한 연출제안도 직접 했다고 하니, 사람을 관찰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3. "자신만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영역을 찾는다

(시사점 : 우리 모두에겐 장점이 있다. 나만의 장점은?)


"제가 20년을 만화가로 살았는데, 그림을 못 그리잖아요. 하하!" 이야기도 별로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스토리를 많이 팠어요. (작업하면서) 느끼는 건데, 결국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이끌어간다는 거예요. 이야기의 핵심은 사건이나 소재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약점은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다. '장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다'라는 말은 자주 써도,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다'라는 말을 자주 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정말 몇 배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는 스스로 "그림을 못 그리는 웹툰작가"라는 그의 한계를 넘기 위해, 스토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많이 했고, 이제 웹툰작가를 넘어서 "글로벌 파워 IP를 만드는 극작가"가 되었다.


"저는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요. 재벌 등 아직까지 대단한 직업이 있는 사람들을 쓰지 않았어요.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오늘의 강풀 유니버스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세상에 대한 남다른 시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히어로가 되기도 하고, 조명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강풀 작가의 다음 행보에 진심 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의 '아보하'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