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 마니아가 뒤늦게 읽은, 창작의 비밀 (천재가 노력까지 더하면!)

하루키는 소설가이지만, 하나의 또는 여러 스타일을 대변한다.


세계적인 소설가, 재즈바 사장, 재즈 마니아, 고양이 집사, 울트라 마라톤을 뛰는 러너,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진정한 노마드(nomad)... 하루키는 이미 그의 라이프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보여주었고, 그의 그런 자유로움은 그의 소설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멀티 페르소나"의 삶을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몸소 보여주고 있달까.


그리고, 그는 러너로도 워낙 유명한데, 이미 에세이 "나는 달린다"를 통해 매일 10KM를 달리고,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뛰는 그가 달리기를 통해 소설의 스타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재즈 마니아인 그는 음악의 흐름에 맞춰 글을 쓴다고 하니, 하루키의 글에서는 왠지 재즈 음악이 들리는 것 같고, 그 만의 독특한 리듬이 있다.


이렇듯,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창의적인 세계적인 소설가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해 쓴 책이 있다 하니, 하루키의 마니아인 나로서는 너무 반가운 일이었다.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읽을만한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그의 창작의 비밀을 만나게 되었다! 하루키의 소설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움과 놀라움의 세계라면 (1Q84는 천재의 작품이 아닌가!), 그의 에세이는 살짝 미소 짓게 하는 "위트"와 그의 솔직한 귀여움이 전매특허이다.


책을 보고 잊지 않으려고 마음에 두는 문장을 적어두는 편인데, 사실 이 책은 그럴 수가 없다. 왜 나면, 모든 페이지가 다 주옥같고, 그의 놀라운 창작 세계를 엿보는 것은 정말 두 손 모으고라도 듣고 싶은 얘기이기 때문이다! 맘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포스트잇을 붙여 두는 편인데, 이 책은 거의 모든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여놔서 사실 써머리 하기도 매우 어렵다. 그 불가능함을 인정하며, 그래도 밑 줄을 더 그어놓았던 문장들을 정리해 본다.


(아, 역시 정리할 수가 없다. 무조건 책으로 봐야 한다.)




한 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 한 업


"자신의 내적은 혼돈, 그것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언어화하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과묵한 집중력이며,

좌절하는 일 없는 지속력이며, 어떤 포인트까지는 견고하게 제도화된 의식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자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체력입니다."


"직업적인 소설가라는 한 가지 점에서 말하자면 - 개별적인 상이점을 꿰뚫는, 뭔가 그 근저에서부터 통하는 게 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정신의 "터프함"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망설임을 헤쳐 나가고, 엄격한 비판 사례를 받고, 친한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 어느 때는 자신감을 잃고, 어느 때는 자신감이 지나쳐 실패를 하고, 아무튼 온갖 현실적인 장애를 맞닥뜨리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설이라는 것을 계속 쓰려고 하는 의지의 견고 함입니다."


"만전을 기하며 살아갈 것. '만전을 기하며 살아간다'라는 것은 다시 말해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어느 정도 확립하고, 그것을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이라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의지를 최대한 강고하게 할 것, 동시에 그 의지의 본거지인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게, 최대한 튼튼하게, 최대한 지장 없는 상태로 유지하고 정비할 것 - 그것은 곧 당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를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위로 끌어올리는 일로 이어집니다."


" 입구에서 입장권을 건네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거기서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취할지 혹은 버릴지, 거기서 생기게 될 몇 가지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그런 어디까지나 개인의 재능이나 자질이나 기량의 문제고, 인간으로서의 기량의 문제고, 세계관의 문제고, 또한 때로는 극히 심플하게 신체력의 문제입니다."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쓰면서 나 자신이 기분이 좋고, 동시에 정면 돌파적인 힘을 가진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이미지를 단현적이고 감각적으로 문장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아이디어나 의식을 좀 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문장으로 만들어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뭔가 하기로 하면 내 손으로 철두철미하게 하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가게는 적당히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라는 어중간한 짓은 성격 상 못합니다. 여기가 내 인생의 중요한 고비다. 마음을 굳게 멀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무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가진 능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소설을 쓰고 싶다."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나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좋아, 이번에는 이런 것에 도전해 보자'라는 구체적인 목표 - 대부분은 기술적인, 눈에 보이는 목표 - 를 한 두 가지씩 설정했습니다."


"소설이 궤도에 오르면 등장인물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스토리가 제 마음대로 흘러가고 그 결과 소설가는 단지 눈앞에서 진행되는 것을 그대로 문장으로 받아쓰기만 하는 지극히 행복한 상황이 출현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그 캐릭터가 소설가의 손을 잡고 그/그녀가 미처 예상조차 하지 못한 뜻밖의 장소로 이끌어 주기도 합니다."


해외에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


"새로운 프런티어에 도전하는 의욕을 항상 간직한다는 것은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나의 포지션, 장소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장소)에 안주해서는 창작 의욕의 신선도는 감퇴하고 이윽고 상실됩니다. 나는 다행히 마침 적당한 때에 바람직한 목표, 건전한 야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tempImagemxZC6w.heic 한 문장 한문장이 주옥 같이 매 페이지에 포스티 잇을 붙여야 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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