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탄생의 비밀

'한산이가' 작가가 말하는 "나의 결핍을 상품으로 만드는 법"

by 보라구름 Purple Cloud

중증 외상센터가 연말부터 연일 화제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글로벌 2위 라는 대기록을 넘어, 개성 넘치는

히어로가 필요한 세상에 유쾌, 상쾌, 통쾌함을 선사하는 "중증외상센터"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 주지훈(백강혁), 추영우(양재원), 윤경호 (한유림), 하영 (천장미) -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만들어지는 많은 드라마와 소설이 그러하듯 "중증 외상센터 : 골든아워"라는 웹툰 원작이지만, 사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천 소스(IP)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창작의 세계에 관심이 많아, 웹소설의 작가를 더 관심 있게 봤는데, 중증 외상센터의 인기에는 원작 작가가 실제 의사이며, 심지어 "닥터 프렌즈"라는 120만 채널의 유튜버라는 사실이 아마 그 흥행에 더 불을 지핀 듯싶다. 중증 외상 센터의 주인공인 백강혁이 압도적인 실력의 천재로 나오는데, 아니 무슨 한 사람이 의사, 웹소설 작가, 유튜버라는 재능을 다 가질 수 있는 거지? 나는 후속작보다 백강혁 같은 그의 스토리가 더 궁금했다.



그러다가 "EO"라는 유튜브 채널의 "사고의 실험"이라는 코너에 인터뷰이로 출연한 "이낙준 (필명 : 한산이가)"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그가 어떻게 의사로서 웹작가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의 창작의 세계에 대한 과정과 그의 철학에 대한 심도 깊은 인터뷰를 만날 수 있었다.



질보다 양이다.


"어떤 일이 임계점이 넘어가는 양이 나오면

그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낙준 작가는 9개의 작품, 200권의 책을 쓴 사람이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양으로 승부하다 보면 어느새 질은 따라오게 된다고. 학창 시절의 그는 중학교까지는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때 여러모로 본인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부터는 모의고사를 엄청나게 풀어대어 결국 의대까지 가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가 된 후에도 글 쓰는 방법 같은 것을 배우지 않아 무조건 많이 쓰는 것으로 승부를 봤다고 하는데, 그가 군의관 시절 퇴근 이후 남는 시간에 웹소설을 쓴 게 작가로서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가 의사, 작가, 유튜버라는 3가지 다른 직업에서 다 성공한 것으로만 봐도, 그는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며, 작가에게 성실함은 기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얘기하는 핵심은, 본인이 기본부터 다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양으로 마구 던지다 보면 거기서 뿌리가 나오고 나무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는 부지런한, 성실함, 일관성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결국 "시작하는 사람"과 "아이디어만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결국 자신의 성공의 비법을 이렇게 얘기한다.


"저는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어요."



나의 결핍에 욕망을 더하면 웹소설이 된다


"현업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나의 결핍,

그로 인한 욕망을 치트키로 삼으면, 그게 소설이 된다.


이낙준 작가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웹소설을 써보라고 한다. 그리고 현업에 있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소설의 비밀은 현업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나의 결핍, 그로 인한 욕망을 치트키로 삼으면 그게 소설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 시절의 그는 환자의 몸속을 볼 수가 없어 답답하고, 의사로서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도 있는데, 그런 그의 결핍을, 환자를 보면 마치 몸을 투시하는 것처럼 상태를 파악하고, 그것을 압도적인 수술 실력으로 커버하는 천재의사 백강혁(욕망의 치트키)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대리만족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A.I. 닥터"가 있는데, 그 역시 의사의 머리에 인공지능 (A.I)이 심어져 있어, 환자를 보는 순간, 바로 환자를 진단하고 고치는 내용이라고 한다. (작품을 아직 보지 못해 설명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역시 그가 의사로서 바라는 욕망에 환자들이 바라는 욕망, "히어로 의사 (역시 욕망의 치트키)"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각자의 직업에는 분명 직업적인 애환도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으면 좋겠다", 또는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하는 바람도 있으니, 현실의 결핍에 욕망을 더 하면 자기만의 웹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내 일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나도 웹소설 작가로서의 자질이 있는 것일까? ;)




작가의 역량은 약속과 신뢰이다.


" 작가로서의 꿈이 아니라,

인생의 꿈은 오랫동안 작가를 하는 거예요."


"작가에게서 성공의 열쇠는 약속과 신뢰예요. 재미보다는 내가 구독자들과 하는 일종의 약속이죠.

이 스토리를 완결하겠다는". 그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을 약속과 신뢰로 꼽은 아마도 의사로서의 그의 일에 대한 윤리관이 반영되어서 일 것이다. 의사만큼 환자와 약속과 신뢰 (나를 고쳐주리라는 믿음)로 이뤄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웹툰이 주 1회 연재되는 데 반해, 웹소설은 매일 연재 (주 5회)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이는 독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가 반드시 지키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이미 2개의 다른 작품을 연재 중이고, 아직 발표하지 않은 다른 1개의 작품도 함께 쓰고 있다고 하니, 다시 한번, 그의 성실함과 독자와의 약속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명 "하루키 작법" 오전 시간에 집중적인 글쓰기를 "매일" 하고, 오후 2시경부터 다른 일들을 (인터뷰나 촬영)을 진행한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 선생님 작업 스타일은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듯하다.


그의 작가로서의 꿈은 메디컬 물만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가 되어 오랫동안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판타지 무협 소설을 좋아해서, 무협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훗날 작가로서의 꿈이라고 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김용 (의천 도룡기, 신조협려 등을 쓴 중화권 무협소설의 대가)" 작가처럼, 나중에 "한산이가 스타일의 무협물"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에게 무협지를 소개한 장본인이 아버지였다고 하니, 역시 조기교육은 중요하군요!)




책의 리뷰가 책을 읽는 동안의 감동을 다 담지 못하는 것처럼, 인터뷰 써머리 역시 인터뷰를 보는 동안의 인사이트를 다 담을 수 없다. 아래애 해당 인터뷰의 링크를 남기니, 중증 외상센터를 재밌게 보신 분들에게는 이낙준 선생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모두가 사랑하고 열광하는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최성운 PD의 질문과 진행 역시 깊이가 남다른데, 역시 좋은 인터뷰어가 좋은 답변을 끌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느껴본 인사이트가 깊은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EO 채널 : 최성운의 '사고실험' - 이낙준 선생님 인터뷰 1

https://www.youtube.com/watch?v=fz6EXAW4lRE&t=26s


EO채널 : 최성운의 '사고실험' - 이낙준 선생님 인터뷰 2

https://www.youtube.com/watch?v=QeLozOllS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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