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오차는 곧 낭비였다

by 이땃쥐

기준이 L&S 컴퍼니의 전략혁신팀장으로 부임한 첫날, 그의 첫 지시는 의외로 단순했다.

‘모든 부서의 업무 흐름을 시각화하고, 각 업무 단계별 소요 시간과 인력 배치 현황을 보고하라.’

경영진은 그의 번뜩이는 분석력과 과감한 실행력에 기대를 걸었고, 직원들은 그의 비범함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기준은 그런 시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이 거대한 조직의 곳곳에 퍼져 있는 비효율이라는 바이러스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의 오피스 테이블 위에는 회사 각 부서의 업무 흐름도가 빼곡히 채워진 거대한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

복잡한 선과 동그라미, 화살표들이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기준의 눈에는 완벽한 해부도처럼 보였다.

그 속에서 그는 숨겨진 비효율의 맹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디자인팀은 프로젝트 초안 단계에서 평균 3시간의 회의를 거치고, 마케팅팀은 그 초안을 받기까지 2일이 소요됩니다. 이 2일 동안 디자인팀은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지만, 마케팅팀은 비활성 상태에 놓이죠. 연간 평균 3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이 단순한 지연만으로 연간 600일의 인력 낭비가 발생합니다.”


기준은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며 펜으로 특정 부분에 붉은색 동그라미를 쳤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직원들 간의 커피 타임, 불필요한 잡담, 모호한 의사결정 과정, 상사의 ‘감’에 의존하는 재작업 지시 등,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낭비와 비효율의 집합체로 보였다.


특히 그를 자극했던 것은 ‘감정’이라는 비합리적인 요소였다.

직원들은 때때로 ‘팀워크’라는 미명 하에 비효율적인 회의를 길게 늘어뜨리거나,

‘친목’을 위해 업무 외적인 교류에 시간을 소모했다.

기준은 이런 행위들을 시스템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예측 불가능한 오류를 야기하는 심각한 바이러스로 간주했다.

그는 과거, 친한 동료와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결국 프로젝트 실패로 이어진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그 실패 이후, 기준은 감정이란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요소이며,

오직 냉철한 이성과 데이터만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병든 조직을 치료해야 합니다.” 기준은 회의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이사회에 보고한 대로, 저는 모든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할 것입니다. 비합리적인 관행, 불필요한 인력 배치, 모호한 업무 지침… 이 모든 것이 우리 회사의 잠재력을 좀먹는 바이러스입니다.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이 거대한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는 그의 냉정함에 감탄했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기준은 그런 반응에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스크린에 띄워진 회사 전 직원의 인력 배치도를 바라봤다.

수천 개의 작은 점들. 그중에는 유난히 활동량이 적고,

다른 점들과의 연결 고리도 희미한 한 무리의 점들이 보였다.


‘창의 부화팀.’ 그의 시선은 그곳에 멈췄다.

그는 이미 자신의 메스(med.s.s.)가 향할 다음 목표를 정한 상태였다.

비효율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고,

L&S 컴퍼니를 완벽하게 작동하는 무결점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결심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성공적인 수술을 마친 뒤의 깨끗하고 완벽한 시스템이 그려지고 있었다.

단 한 점의 비효율도 허용되지 않는, 오직 숫자만이 지배하는 완벽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