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민박 신청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하여, 끝이 바로 코 앞인데,… 그만 포기 선언을 하고 말았다.
주위의 권유
오롯이 남편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 같은 우리 집 2층은 4-5년의 세월로 일단락 지었다. 잘 수 있고, 씻을 수 있고, 냉난방 되고, 볼 일도 볼 수 있으니 생활하기엔 무리 없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손을 더 보태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 우리 집 2층은 몇 년간 비어 있는 상태였다.(간간히 손님 오면 게스트룸으로만 활용) 그렇게 비어 있으니 동네 삼춘들이 “왜 방을 묵히냐”며 우리보다 더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셨다. 주위의 권유도 있겠다 때마침 남편 월급도 줄었겠다 반찬값이라도 벌어야 할 타이밍이 되어 농어촌민박을 결심했다.
민박 신청의 기~인 여정
민박 신청을 위한 첫 번째 스텝은 읍사무소 방문이다. 민박신청서와 함께 준비할 서류가 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가 적혀 있는 안내문을 챙겨 와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를 보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전기안전점검 신청이었다. 공사에 신청을 하고 돈을 지불(5만 원 대)하면 일정을 잡고 방문하신다. 난관은 여기서부터였다.
1. 전기안전점검으로 우리 집에 방문하셨으나 두꺼비집을 민박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최근 바뀐 걸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싹 다 갈아 끼운 후 점검을 완료했다. 점검 신청 중에는 소화기며, 비상등, 일산화탄소 경보기, 유도표시 등등을 설치하면 된다. 이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2. 이렇게 하여 신청서와 함께 읍사무소에 제출을 했더니, 안전점검은 민박공간인 2층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1층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헉! 또 전기안전 점검 절차를 다시 밟았다. 한 번에 해도 될 걸 두 번 하게 된 꼴이 되었다. 돈 낭비, 시간 낭비. 에효.
3. 겨우 읍사무소에 신청서 안착. 며칠 후 실사를 나오셨다. 설계도를 보시더니 작년에 아주 작게 다용도실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또 태클이었다. 다용도실이 들어간 도면을 새로 제작하거나 아니면 부수거나. 헐!!! 고민 고민하다 불법은 좋은 게 아니니 양성화하기로 했다. 가로세로 2미터 밖에 안 되는 공간인데 설계비가 200이란다. 깜놀. 어쨌든 설계비에 측량비에 벌금까지 큰돈을 쓰고 나니 속이 다 쓰렸다. 그래! 민박해서 이 돈 다 만회하면 되지 뭐.
4. 이렇게 9개월이 흘렀다. 이젠 설계도면도 다 됐겠다 뭐가 문제랴. 다시 신청했다. 9개월 전과 비교하니 준비할 것들이 더 늘었다. 천장 분말 소화기 추가, 1층 가스점검 추가. 비상등 추가 등등. 이런 거야 껌이지 뭐. 돈 좀 쓰면 되는 일 아니겠어!
5. 재 신청 후 실사 나오셨다. 뜨악!! 이번엔 데크 위 천장이 문제였다. 천장이 없으면 연면적에 추가되지 않는데, 사방이 다 뚫려 있어도 비를 가리게 만들어 놓으면 연면적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집 데크 천장은 빨래용이다. 바람 없이 비 오는 날에는 비를 피해 빨래를 널 수 있다.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재질로 만들었다. 이것이 또 문제인 것이다. 민박을 하려면 그 투명재질을 걷어내야 한다. 2년 전 태풍 때 이 투명재질이 떨어지고 군데군데 날아가서 새로 한 지 2년도 안 됐다고요…
에이 안 해 안 해.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