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선생님의 파격적인 업무분장 타임-
나의 고민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사람일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라고 했다고 덜컥 맡는다고??
과중한 업무에 치여 연애는커녕 학교귀신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결국 이 선택이 나중에 나 자신을 탓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
후회없이, 한 해를 잘 버텨낼 자신이 있을까?
…그런 고민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교감선생님과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길고 진지했다.
추천하신 이유와 학교 사정을 들었고,
교감선생님께 나의 상황(겸임, 나의 경력, 업무 등등)을 얘기나눴고, 대화 끝에 교무부장을 맡게 되었다.
교감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지금도 잘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그때까지도 내 진짜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겠었다.
끓고 있는 팥죽처럼 생각이 계속 떠올라 정리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떨결에 맡게 된 일이지만,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걸까? 제안이 솔깃했으니 완전한 거절을 하지 못한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업무분장 바람
학교에는 업무분장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선생님들이 대대적으로 업무를 이동했고, 또 새로운 업무 제안을 받았다. 모두가 힘들었던 3일이었다.
3일간의 교육과정 디자인하기가 끝나고, 드디어 업무분장 발표가 시작되었다.
전체 교직원 앞에서 교감선생님이 업무분장 결과를 발표하셨다.
"교무부장 - 000."
그 순간,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놀라움의 탄성이 입 밖으로 나왔다.
어떤 선생님은 업무분장표 공란에 담당자 이름을 써 넣으려다 제 이름을 듣고 너무 놀라 귀를 의심했단다.
잡은 펜을 놓친 그 선생님은 이후 발표 내용을 하나도 듣지 못했고,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고 했다.
3일간의 교감선생님의 파격적인 업무분장 타임 종료.
그리고 며칠 뒤.
“선생님? 아니 부장님?! 새 학기 준비..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