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그거 뭐예요?
코로나 초기였다. 유튜브 채널을 잠깐 운영했었다. 3개월 남짓이었지만, 구독자도 200명 정도 생기고, 예전 제자들한테 연락도 오고, 영상을 올리면 댓글 알림이 뜨고… 정말 신났다.
그런데 어느 날, 올린 영상 하나에 악플이 달렸다. '3년 전에 자기한테 왜 그랬냐, 공부 못한다고 왜 멍청이라고 하고 밟고 그랬냐'는 내용이었다. 순간, 뭐지 싶었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쌤, 그거 뭐예요?”라고 물었고, 결국 악플 쓴 아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아이디를 알아본 다른 학생들이 알려준 덕분이다. 그런데 막상 알고 보니, 그 아이는 그냥 평범했다. 학교에서 혼자 겉돌지도 않았고, 친구도 있고, 나와 특별한 마찰도 없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왜 그랬을까? 아니 멀쩡해 보이는 데 왜 그랬던 걸까? 흔히 사람들은 악플러를 생각할 때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특별히 공격적인 사람이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뉴스에서 가끔 등장하는 악플러의 실체는 놀랍게도 평범하고, 심지어 매우 멀쩡한 사람들이라는 보도를 접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평범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그토록 잔인하고 공격적인 악플을 달게 되는 걸까?
어쩌면 그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상적이고 가까운 데 있을지 모른다. 평범하고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속으로는 남모르게 지쳐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고, 부탁을 받으면 흔쾌히 들어준다. 하지만 부탁은 점점 늘어나고, 어느 순간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자신이 당연히 해야만 하는 거절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 상황을 직접 말하기엔 용기가 부족하다. 관계가 틀어지거나 갈등이 생기는 걸 두려워해 말을 삼키고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기만 한다.
자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되뇐다. "나는 당한 게 아니야. 나는 그냥 배려심 많고 좋은 사람일 뿐이야." 하지만 이 위로는 금방 힘을 잃고, 마음 한구석엔 해결되지 않는 불만과 분노가 쌓여 간다. 속은 점점 끓어오르고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결국, 이 억눌린 분노와 스트레스는 어딘가로 터져나갈 구멍을 찾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노를 유발한 상대에게 직접 표출하기에는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거나, 관계가 틀어지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하는 방법은 자신보다 약하고 만만한 존재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가까운 가족, 형제자매, 심지어는 집에서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런 사람들에게 훨씬 더 쉽고 안전한 출구를 제공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유명인의 인스타그램에서 악플이 수천 개 달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이라면 나 하나쯤 악플을 더 달아도 아무 문제없을 것 같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악플에 '좋아요'를 누르며 조용히 그리고 안전하게 시작한다. 점점 용기를 내어 직접 악플을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분노를 이렇게라도 표현하니 마음속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다. 악플을 쓴 댓글 때문에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묘한 효능감(?)까지 느끼기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엔 평범했던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악랄한 악플러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악플의 뿌리에는 때로는 공격적인 성격보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매우 일상적인 억눌린 감정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