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거 분명 아플 텐데
점심시간 무렵이었다. 중학교 교실은 아이들이 쉬는 시간을 보내느라 시끌벅적했다. 평소대로 여자아이들은 몇몇의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남자아이들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교실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서로 잡고 잡히는 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술래잡기 같기도 했고, 뭔가를 놓고 결투를 벌이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두 명의 남자아이였다. 한 아이가 교실 끝에서 끝까지 뛰어다니며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었고, 또 다른 아이는 그를 잡기 위해 교실 이곳저곳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쫓는 아이는 잡힐 듯 말 듯 달아나는 아이를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도망가던 아이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고 피해 보았지만 결국 붙잡혔다.
그다음 순간이었다. 잡힌 아이는 잡자마자 즉시 바닥에 눕혀졌다. 그리고 그를 잡은 아이가 곧장 실내화를 신은 채로 배와 가슴 부위를 마구 밟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순간 나는 당황했다. '잠깐, 저렇게 해도 되는 거야? 장난치고는 좀 과한데...'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밟고 있는 아이의 표정을 살펴봤다. 화가 나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활짝 웃으며 신이 나서 친구를 밟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밟히고 있는 아이였다. 분명 그 아이도 아팠을 것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저 정도 힘이라면 꽤 아플 텐데, 그 아이는 놀랍게도 아무런 저항도 없이 웃고 있었다. '아니, 뭐지? 진짜 안 아픈 건가? 아프면 화를 내든지, 싫다고 저항이라도 할 텐데 왜 웃는 거지?'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그 상황을 좀 더 유심히 관찰했다. 아이의 표정에서 나는 분명한 감정을 느꼈다. 아파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룰이 아이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그저 단순히 친구끼리의 장난이 아니라, 그 안에는 아이들끼리만 공유하는 어떤 암묵적인 질서가 있는 듯 보였다.
그 뒤로 비슷한 상황은 여러 번 반복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몇몇 남자아이들은 같은 식으로 교실을 뛰어다니며 서로를 잡고 눕히고 밟으며 놀았다. 처음에는 무질서하게 느껴졌던 이 놀이를 좀 더 자세히 지켜보니 놀라운 점이 있었다. 항상 도망만 다니는 아이는 결국 늘 잡히고 바닥에 눕혀져 밟혔다. 어떤 아이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했다. 때로는 밟히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로 친구를 밟기도 했다. 그리고 절대 바닥에 눕혀져 밟히지 않고 늘 다른 아이들을 밟기만 하는 아이가 있었다.
이 장면을 여러 번 보다 보니, 명확한 서열이 눈에 들어왔다. 무질서한 듯 보였던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 사실은 뚜렷한 계층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늘 밟히기만 하는 아이는 가장 낮은 위치였고, 때로 밟히고 때로 밟는 아이는 중간 위치, 절대 밟히지 않고 언제나 다른 아이들을 밟는 아이는 그 무리에서 가장 높은 위치였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서열을 확인하고 유지하는 과정이, 어른들이 보기엔 이상하고 심지어 폭력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는 이런 놀이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바닥에 눕혀져 밟히는 아이가 왜 아파도 끝까지 웃고 있어야 했는지도 분명해졌다. 그 아이는 그 무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서열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걸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서열을 유지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보기엔 이상했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