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나미비아 여행 6일차
식사 대용으로 사 온 빵과 오렌지를 나눠먹고 Dune45에서의 시간을 뒤로한 채 소서스블레이로 이동하기로 했다. 소서스블레이는 Sesriem 지역에서 가장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걸어서 대자연의 어딘가로 가는 것은 개인의 자유겠지만 우리는 그럴 능력은 없는 여행자일 뿐이고 정해진 테두리 내에서 많은 것을 즐길 뿐이었다. 소서스블레이로 진입하는 구간은 앞선 길과는 달랐다. 나미비아에서 비포장도로를 많이 달리긴 했지만, 소서스블레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짜 사막을 통과해야 했다. 4X4차량을 빌렸기에 도전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라는 말을 많이 들은 우리였다. 괜한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기로 했다.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공원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이용했다
사방이 탁 트인 사파리트럭 같은 차를 타고 사막을 달렸다. 운전기사님은 아주 능숙했다. 사막에서 길을 찾았다. 다른 차가 이미 밟고 지나가 바퀴 자국이 난 곳 위주로 달리면 바퀴가 깊이 빠질 염려가 덜 하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앞으로만 달리만 바퀴가 빠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수시로 핸들을 좌우로 꺾으며 길을 만들었다. 쉽지 않은 이 지형에 적응한 노련한 솜씨였다. 기사님은 그 솜씨를 십분 활용하여 곤경에 처한 사람들도 도왔다. 우리와 달리 호기롭게 사막에 진입한 여행객들이 있는데 모래에 바퀴가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데드블레이에 가는 길에 바퀴가 빠진 차를 3대 봤는데 전부 여행객들이었다. 기사님은 그들을 볼 때마다 우리 차를 세우고 곤경에 빠진 차를 구해주고 왔다. 문명이 진입하기에 쉽지 않은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살아갔다.
차는 사막 한가운데 소서스블레이에 멈췄고 데드블레이까지 걸어가야 했다. 데드블레이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구 중 하나인 빅대디가 서있었다. 호기심에 올라가 볼까도 싶었지만 건조하고 무더운 사막에서 빠르게 지쳐간 친구들은 원치 않았다. 나도 빅대디보다는 데드블레이를 보기 위해 소서스블레이에 왔기 때문에 데드블레이로 직행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저 멀리 붉은 빛깔 사막 사이에 하얀 모래가 깔린 듯한 곳이 보였다. 데드블레이였다. 조그맣게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들었던 대로,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그저 말라죽은 나무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나무들은 생명을 다 소진한 것 같았지만 죽음을 도구로 하여 더 큰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호수가 메말라붙고 나무들도 말라갔지만, 단단히 내린 뿌리를 놓지 않고 이 땅의 주인임을 스스로 보이고 있다. 파란 하늘과 붉은 기 감도는 사막에서 새까맣게 말라버린 나무들이 만드는 대비는 이 사막의 하이라이트이다. 그들의 생물학적 죽음은, 데드블레이라는 이름을 탄생시켰고 이 땅의 역사가 종언을 고하지 않도록 붙잡아 두었다. 마치 그들의 뿌리가 이 사막을 붙잡고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