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코프문트와 쉼표

남아공-나미비아 여행 8일차, 9일차

by 르겔


스와코프문트는 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조용한 휴양도시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출산을 하고 몸조리를 하기 위해 선택한 도시였다는 소문이 전해지는 곳이다. 먼저, 도시를 둘러싼 자연경관을 보면 스와코프문트는 가히 휴양도시라 불릴만 하다. 도시는 사막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다. 한쪽은 나미브 사막이고 다른 한쪽은 대서양이다. 도시의 외곽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영역이 펼쳐졌다. 길조차도 없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그저 마음을 탁 내려놓고 서있게 만드는 광경이다. 특히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푸른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자 하면 세상에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저 어마어마한 자연만을 느낄 수 있다. 그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 안 쪽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붐비지 않는 조용한 바닷가 도시, 넓은 길가에 드문드문 볼 수 있는 펍과 카페는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건물도 유럽의 그것과 비슷했다. 물론 식민지 시절의 역사에서 비롯된 슬픈 유산이기는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그만큼 친숙한 이미지는 더 없을 것이다. 여유를 찾기에 더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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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코프문트는 휴양도시이다.


친구들은 이렇게 멀리 오래 떠난 여행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운전을 해야 했다.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지칠 수도 있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조금 여유있게 세웠다. 며칠 정도는 큰 이벤트 없이 즐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와코프문트를 기점으로 쉼표를 찍기로 한 것이다. 여행 8일 차, 스와코프문트에서 가볍게 액티비티만 즐기고 하루 종일 푹 쉬기로 했다. 다음날은 에토샤 국립공원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일부러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여행인데, 편하게 낮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쫓겨야 할 일정 없이 가만히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스와코프문트의 액티비티는 사실상 독점 시장이다. Desert Explorers라는 업체인데 왈비스베이에서 스와코프문트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봤던 업체이다. 액티비티를 할 생각은 있었지만 천천히 생각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주인 아저씨가 액티비티 관련 정보를 주었다. 굳이 그 업체와 직접 연락을 할 필요도 없었고, 숙소에서 중개를 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수수료도 없었다. 휴양지에서는 이러한 상생구조가 흔한 것 같았다. 친구들과 논의한 결과 180분 동안 쿼드바이크만 타는 프로그램이 가성비가 좋아 보였다. 사실 꽃보다청춘을 통해서 굉장히 유명해졌던 액티비티는 쿼드바이크보다는 샌드보딩이었다. 많은 청춘들이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샌드보딩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뛰었을테고 그 시원함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우리는 왠지 샌드보딩에 흥미가 없었고 쿼드바이크나 오래 타고 돌아와서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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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중요한 것은 안 한 샌드보딩이 아니라 한 쿼드바이크다. 사막에서 경험한 쿼드바이크는 최고였다. 짜릿하고 시원했다.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노상에서 타는 것과는 다르게 사막길을 헤쳐나가는 자체가 모험심을 불러일으켰다. 대자연을 돌아다니며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모험가가 된 기분이었고, 세상 쿨한 여행가가 된 느낌이었다. 사막을 질주하는 경험을 언제 다시 해 볼 수 있을까. 사진을 보며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다시 쿼드바이크로 나미브 사막을 질주하는 듯이 설렌다.




그 뒤로는 스와코프문트에서 특별히 뭘 하지 않았다. 낮잠 좀 자고 바닷가 산책 좀 하고 고기 사다가 구워 먹은 게 전부였다. 쉬지않고 이동을 거듭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음 날은 Ombo Rest Camp라는 숙소로 향했다. 빈트후크에서 에토샤국립공원으로 가는 B1 도로가 지나는 오카한자 인근의 숙소였다. 스와코프문트에서 에토샤까지 물론 하루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가면 오후 늦은 시간에야 에토샤에 도착할테고 숙박비와 국립공원 입장료도 부담스러울뿐더러 피곤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예약한 에토샤의 캠프사이트는 출입소에서도 한참을 가야 하는 곳이었다. 기왕에 쉬기로 했는데 여러모로 리스크를 부담할 이유도 없었다.


Ombo Rest Camp는 전통적인 캠프사이트는 아니었다. 물품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펜션에서 밥을 해먹고 잠을 잤다. 거의 방만 제공된 셈이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 하나는 샘을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야생동물들이 캠프사이트 근처로 많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캠프사이트에 진입하면서 만난 야생 카멜레온부터 타조, 기린 등 가까운 곳에서 야생동물들이 왔다 갔다 했다. 에토샤에 가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역치가 굉장히 낮았다. 동물 한 마리보는 경험도 너무 소중하고 재밌었다. 여유롭게 빨래도 하고 맥주도 한 잔 하면서 타조와 구애의 춤도 나눴다. 낮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여유로운 이틀을 보냈다. 스와코프문트와 오카한자의 한 숙소, Ombo Rest Camp에서는 말 그대로 휴양을 즐겼다. 여행 속에서도 가장 편하게 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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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카멜레온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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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타조를 가장 많이, 가까이서 본 날이다.


여행을 아주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행에 철칙이 있다. 여행객은 일상에서 벗어났으나 여행마저도 바빠지려는 찰나에 쉼표를 찍어줘야 한다는 것이 내 철칙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난 삶 속에서 쉬지 못했던 숨을 쉬어볼 기회를 얻는다. 쉼(having a rest)은 쉼(breathing)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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