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도시인만큼 이름나고 좋은 산이 참 많다.
높고 수려한 산도 있는 반면, 도시와 아주 잘 조화되어 산책하기 좋은 산도 있다.
이 많고 좋은 산 중 어느 산이 가장 좋은지 고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서울의 산 중 단 한 군데만 가볼 수 있는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면,
분명 고민스럽긴 하겠지만, 나는 결국 인왕산을 선택할 것이다.
인왕산은 나에게 그런 산이다.
인왕산은 풍수지리 상으로 한양의 서쪽에서 백호의 기운을 맡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양도성을 둘러놓아 조선왕조의 권위를 보이고 안위를 맡은 산이기도 하다.
단지 수단적인 면을 차치하고도 겸재 정선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인왕제색도를 그려냈다.
앞선 수식어구들이 말해주듯이 무언가 대단하고 거창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인왕산은 고개 높이지 않는다.
절망적인 경사도, 아찔한 암릉도 모두 이겨낼 만큼만 준다.
그러면서도 암산 특유의 기상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제목에서 말했듯이, 인왕산은 내 기준 서울 최고의 전망대 중 한 곳이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높이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에 특히나 야경을 보기에 아주 좋다.
물론 한강 쪽의 야경은 아차산만 못하겠지만 더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맛에 나는 인왕산이 더 좋다.
또한 육안으로는 굽이치는 한양도성이 황홀히 빛나고 있어 그 매력은 실로 감탄을 자아낸다.
인왕산 정상부에 가만히 서서 서울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그저 조용해진다.
세속에서 벗어난 상태로 세속의 불빛에 현혹되어 정신 못 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 그만큼 정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도 너무 차갑거나 완벽해 보이고 모난 것 같으면 가까워지기 전에도 지레 질리듯이,
산도 너무 험준해 보이거나 틈을 안 내줄 것처럼 보일 때 괜히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인왕산은 그런 면에서 보면, 본인이 가진 위상과 매력에 비해, 우리를 끌어안기에 충분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