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차역에서의 헤어짐이라 할지라도 배웅하는 이와 떠나는 이의 이별은 서로 평등하지 않다. 떠나는 이는목적지를 향하여 설렘과 계획을 안고 가는 한 편, 배웅하는 이의 계획이라고는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는것을 보고 또 보고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일뿐이기 때문이다. 눈앞으로 생생한, 구체적인 윤곽을 지닌, 질감을 가진, 살아 숨쉬는 얼굴이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내 감각이 닿는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그것을 응시하고자 하는 일은 퍽 슬프다. 이토록 확실하게 나의 곁에 있는데 십 분, 오 분, 아니 일 분만 지나면 허공만 남기고 없어져버릴 것이라니 나는 시간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싶다. 물론 떠나는 이에게도 연인이 곧 사라진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곧 도착할 곳에 대한 기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배웅하는 이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일상으로 귀환해야 한다.
출발 시간에 이르고 나면, 열차 꽁무니의 벌건 등불이 기찻길을 따라 빛의 궤적을 그리며, 떠나는 이와 배웅하는 이 사이의 거리를 표현한다. 배웅하는 이는 계속 그것을 쳐다보다가, 이내 플랫폼으로부터 발걸음을 옮겨 직전에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이어서 방금 떠났던 집으로 곧장 돌아간다. 빈 방에서는 결핍과 얼굴을 마주한다.
Cover image: Claude Monet, Arrival Of The Normandy Train Gare Saint-lazare, 1877,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