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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날만 Mar 01. 2016

자유로운 미술을 향하여

오브젝트:100 리뷰


 ‘갤러리’라는 공간, 나아가 ‘전시’라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혹자에게는 일상이고 일터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갤러리는 고상한 곳, 실력이 검증돼야 들어설 수 있는 곳, 즉 진입장벽이 높은 곳으로 인식된다.


 더욱이 대학생들은 갤러리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 아직 졸업하지 않은 예비 작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무지’라는 학생 단체에서 주관한 ‘오브젝트:100’이라는 기획이다.


▲ 오브젝트:100 포스터 ©무지


 오브젝트:100은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격 제한도, 참가비도 없이 외부 갤러리의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 간단한 신청 절차와 1인1작품, 20cm*20cm의 규격만이 제약이다. 참가자들은 “영감을 주는 오브젝트”라는 폭넓은 주제 하에 자유롭게 전시작을 출품했다. 원래는 100명을 목표로 했으나, 그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신진작가전의 일부로 합류하게 되면서 총 89명의 학생들이 함께하게 되었다.


 오브젝트:100을 주관한 ‘무지’는 ‘무심코 지나가는 무수한 것들을 위한 이야기’의 줄임말로, 디자인학부의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이번 오브젝트:100은 무지의 첫 전시가 아니다. 무지는 예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를 이미 두 차례 진행했으며, 모집 대상 확대, 출품 규격 자유화 등 다양한 기획을 시도해왔다. 그들의 취지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100명의 학생을 모아 전시를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100인전이 시작되었다. 오브젝트:100은 무지의 세 번째 결실이다.


▲ 개관 전 전시장의 사진.


 오브젝트:100의 의의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는 다양성이다. 오브젝트:100에 참여한 사람들의 전공은 가지각색이다. 서양화과, 동양화과, 조소과, 디자인학부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미대생뿐만 아니라 수리과학부, 사회학과, 원자핵공학과, 국악과 등 타 단과대학의 학생들도 함께했다. 그 결과 아크릴화, 소묘, 입체작품부터 일러스트레이션, 콜라주, 자수, 사진, 수묵화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탄생했다. 작가마다 고유한 개성과 매력, 잠재력이 액자 속에 살아숨쉰다.


 둘째는 자발성이다.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출품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등의 전시 준비도 참가자들이 도맡았다. 학생들은 직접 작품을 액자에 끼우고, 배치하고, 벽에 못을 박고, 일부 페인트칠까지 자원했다. 참여자의 열정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의의는 갤러리 미술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에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고도의 노력, 경험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무언가를 창조한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설령 졸업자가 아니더라도,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멋진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브젝트:100은 조금 미숙할지라도 예술의 정신에 충실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보임으로써,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이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예술의 본질인 자유에 한 걸음 다가선다.


 오브젝트:100은 오리역 암웨이 갤러리에서 신진 작가전 ‘산散’의 일부로 3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오브젝트:100의 온라인 도록은 http://object100.tumblr.com에서, 무지에 대한 정보는 http://musimko.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디아티스트 매거진에 2월 28일 게재한 칼럼을 브런치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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