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날만 Apr 11. 2016

끈기 있는 괴물


1. 글쓰는 괴물이 되고 싶다. 괴물은 순종적인 동물과 달리 우리에 가둘 수 없다. 나 또한, 논문을 쓰게 되든 소설을 쓰게 되든, 형식에 얽메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아직은 틀과 규칙으로부터 벗어나기엔 실력이 부족하다. 갑자기 고삐를 풀면 어린 나의 말이 엉뚱하고 자만스런 길로 내달릴지 모른다.


2.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넓고 얇게 아는 체하는 것이 지금의 내 특기이자 결함이다. 작은 구멍을 성실히 팔 줄 알아야 지하에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거대하지만 부실한 종이삽으로 최대한 넓은 땅을 파려할 뿐이다. 그런 시도로는 대지의 본질을 조금도 건드릴 수 없다.


3. 깊이 있는 글을 쓰는 괴물이 되기 위해선 의욕과 여유가 필요하다. 의욕이 부족한 것은 내 개인적인 사정이니 더 노력한다 치자. 여유의 문제가 더 시급하다. 사회는, 체제는, 시대는 느긋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예컨대 내가 내 꿈을 위해 다음 학기를 감히 휴학하고 자유로운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을까?


4. 아니면 그냥 내가 나태해서일까?여유가 없다고 투정 부릴 시간에 더 애써야 하는 건가?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내가 지나치게 조급하다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위해 고작 3일을 투자하고 대가를 바라면 안 된다. 위대한 한 문장을 위해서 3주일, 3달, 3년을 고민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아하, 내게 필요한 건 여유가 아니라 끈기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