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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Feb 14. 2023

변화와 꿈

23년 1월 1일

  22년 하반기는 상반기와 반대로 계속 붕 떠 있는 상태로 지냈다. 나를 땅에 제대로 붙여놓지 않고 바쁘게 생활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힘든 22년이 떠나가고 23년이 왔다. 너무 신기하게도 23년이 되자마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마음이 편해졌다. 삼재가 지나갔나.. 라고 생각했다. 나는 매년 사주를 본다. 일 년에 3~4번 정도. 사주를 자주 보는 탓에 언제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 얘기해 주셨던 삼재가 이쯤 끝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니면 22년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아주 좋은 꿈을 꿔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보통 해몽을 찾아보지만 내 꿈은 내용이 꽤 복잡해서 일어났을 때 그 꿈에 대한 감정도 좋은 꿈인지 악몽인지 결정하는 데 영향이 있다.


 2022.12.31 마지막 꿈

 내가 물고기를 키우고 있었다. 원래 동그란 작은 어항에서 빨간 금붕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금붕어가 너무 빨리 자라기 시작했다. 금붕어가 너무너무 커져 어항을 점점 크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항은 내 방을 꽉 채울 만큼 커졌다. 그런데도 금붕어는 또 커져 어항이 작다고 항의하듯 강하게 헤엄쳤다. 나는 어항 위에 올라가 물고기가 어항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니까 '곧 바꿔줄게' 하면서 물고기를 손으로 눌러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신년을 맞고 1월 내내 꾸는 꿈은 꾸기만 하면 악몽이었다. 요가를 통해 시각화하는 연습을 하게 되니까 꿈이 점점 명확해졌는데 예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꿈속 이미지, 색깔, 시점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1월에 꾸던 악몽은 더욱더 선명했다.

 

 1월에 꾼 꿈들


*

 내가 썰매를 타고 도심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다. 가지각색 코스튬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다 외국인이었고 온 마을이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난 이곳이 어느 나라인지, 도시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길 양옆으로는 시장도 줄지어서 열려 있었다. 그 시장통 속에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거기에는 희한한 올빼미가 있었다. 그 올빼미는 엄청 거대했다. 일반 사람보다도 훨씬 큰 올빼미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갑자기 내가 부엉이가 아니라 콕 집어서 올빼미라고 인식한 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 올빼미는 올빼미라고 말할 수 있는 형상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올빼미는 털 대신 갑옷 같은 옷을 입은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몸이 자유자재로 커졌다 작아졌다 변화했다. 사람들이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었고, 올빼미 주인 같아 보이는 사람이 올빼미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나도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구경하는 사람들 뒤에서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져 버렸다. 나는 그 새를 혼자 마주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올빼미가 작아지는 중이었다. 올빼미는 작아지면서 몸에 두르고 있던 갑옷은 점점 털 빠지듯이 없어지고 가슴과 생식기가 쭈글거리게 축 늘어지고 온통 붉은 피를 두른 것 같은 이상한 생명채로 변했다. 작아진 모습임에도 그 새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 새가 너무나도 커 보였다. 너무 무서워서 나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

 내가 미술학원에서 일하게 됐다. 그 미술학원은 화방도 같이 하는 곳이었는데 너무 탐나는 재료들이 많았다. 나는 학생들한테 시범을 보이려고 했는데 너무 어수선하고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전체 소통을 포기하고 옆에 있는 학생에게 내가 이때까지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림들이었는데 온통 데칼코마니였다. 영화 장면도 있었고 자동차도 있었다. 무슨 글씨들도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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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 동생이 엄마 몰래 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왔다. 그래서 나한테만 슬쩍 알려준다고 나를 공부방으로 불렀다. 너무 귀여운 고양이가 있었다. 작고 노란 털과 흰색 털이 섞여 있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고양이었다. 근데 그 고양이가 발정기가 너무 나한테 달라붙었다. 근데 그 고양이 모습이 변하면서 사람 남성 생식기를 가진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나한테 달려들었다. 사람의 생식기 모양이었으나 무슨 젤 같은 물질로 되어 있었다. 나는 너무 거북하고 무서워서 이 고양이가 나한테 오는 것을 막았다. 그런데 고양이가 몸집도 커지고 힘이 너무 세서 막기 힘들었다. 동생한테 제발 데려가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도 동생 눈에는 계속 귀여운 새끼 고양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피해 계속 도망쳤다. 며칠 내내 불안감에 떨며 잠에 들었다. 중성화 수술을 하라고 해도 동생은 고양이를 계속 방치했다. 내가 며칠 내내 불안에 떠니까 엄마가 고양이 막는 장치라고 내 방에 고무로 된 잠금장치들을 잔뜩 설치해 놨는데 잠금장치가 너무 과해서 결국 그것들 때문에 방문이 닫히지 않았다.

*

 이런 꿈들과 남자친구가 변하는 꿈 등 악몽을 꾸면서 1월이 지나갔다. 2월이 된 지금은 또 좋은 꿈들을 연달아 꾸고 있다.


 2월에 꾼 꿈들


*

 꿈에서 나는 어떤 섬에 사람들과 갇혀 있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지에서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했다. 나는 어떤 선택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 중의 하나를 골랐고, 그 선택으로 인해 그 섬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과 엄청나게 큰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데 열기구 주변의 모든 것들이 풍선으로 변했다. 그 풍선은 대부분 길쭉했고 속에 씨앗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나는 환 공포증이 있어 그 점들이 징그러웠지만 평소와 다르게 무섭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

 정글 같은 숲속에 있는 수영장에 놀러 갔다. 그 수영장은 수심이 바다만큼 깊었는데 숲 가운데에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유수풀이었다. 나는 원래 심해 공포증이 있음에도 그 수영장에서 물에 잠기면서 미친 듯이 놀았다. 그러고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이 엄청나게 크고 가운데 화변기(푸세식 변기)가 떡하니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작은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데 물이 나오는 곳에서 물이 아니라 변이 엄청나오기 시작했다. 몇 번을 내려고 그곳에서는 물이 아닌 변이 나왔다.

*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갔다. 친구 중에는 쌍둥이 아들이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기들도 같이 갔다. 쌍둥이 중 한 아기가 나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아기를 봐주다가 아기들이 잠들고 우리끼리의 시간이 생겨 바다로 나갔다. 수영하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깊게 들어갔다. 그런데 파도가 치기 시작하더니 그 파도에 커다랗고 윤기가 흐르는 핑크색 물고기가 딸려 오는데 계속 내 얼굴에 부딪혔다. 

*

 이렇게 이번달에는 물 꿈을 많이 꾸고 있다. 이곳에 쓰면서 효력이 없어지려나? 모르겠다. 걱정은 되지만 올해는 내 꿈들을 기록하면서 수련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정말 신기한 점. 나는 이렇게 똥 꿈, 물꿈 등 좋은 꿈을 꿀 때마다 작업 의뢰가 들어온다거나, 갑자기 용돈을 받는다거나 하면서 금전적으로 이익을 얻었다. 

 

 수련일지에 꿈을 쓰는 이유는 나는 내 꿈들에 나오는 모티프, 형상, 상황들이 내 무의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수련하면서 잊지 않고 잘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은 무의식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체가 아닐까? 기록은 중요하니까 기록해놔야 한다.


 또 23년 들어서 변화한 생각이 있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서부터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수련하면서도 계속 문장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서랍장에, 메모장에, 그리고 수련하는 동안 계속 내가 느낀 것보다 더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러니 수련도 이전보다 집중이 안 되었다. 글을 쓰는 이유가 수련을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그걸 지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12월 말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1월 1일에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였다. 한번도 1월 1일을 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친구 덕분에 수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1월 1일 수련. 글이고 그림이고 뭐가 됐던 일단 수련에 집중하자. 땅에 잘 맞닿아 있고 싶어서 1 차크라를 활성화하는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수련했다.


 배가 꽉 차 있었는데 수련하면서 점점 말랑해지는 게 느껴졌다.

 22년의 힘들었던 감각들 감정들 모두 소화되기를 기도했다.

 몸의 뒷면은 정말 잘 굳는다. 너무 시원했다. 굳어 있는 핵심이 느껴져 그곳에 숨을 불어넣었다. 

23을 맞이해 23번 드롭백을 했다. 


 신년을 잘 맞이한 나는 지금 잘 먹고 잘 자고 잘 수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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