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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Dec 08. 2022

요가 개인 수련 일지 2

일상생활에서의 알아차림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명상하는 것과 같다.

 수련을 하는 동안의 알아차림은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내가 평온한 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시간은 점점 늘어나 하루가 되었고 한 달이 될 때도 있다. PMS(생리 전 증후군) 기간 때는 어김없이 어둠이 찾아오지만 그 웅덩이에서 금방 나를 꺼내 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 웅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더라도 그 속에서 내 트라우마를 마주해 보고 털어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요가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영향이라고 한다면, 우울함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평소에 축축한 우울함에 짓눌려 있을 때 내가 우울한 상태라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정말 중요하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함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축축했던 우울함이 내 속에 고여 점점 썩어가 결국에는 진득해져 내 몸과 마음에서 잘 떨어지지 않게 된다. 닦아내기 힘들어지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또한 이 끈적이는 우울함에는 불필요한 덩어리들이 너무나도 잘 달라붙는다. 평소에는 기분 나쁘지 않을 일, 어떤 사람의 행동,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다 거슬리기 시작하고 내 우울을 극대화하는 가짜 이유들이 점점 많이 생겨나게 된다. 이 썩은 덩어리들이 내 눈과 귀와 코와 입. 내 몸에 있는 모든 구멍을 막는다. 현실과 떨어져 무의식 속에 갇힌다. 숨쉬기가 어렵고 순환이 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우울함을 느꼈을 때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주일 전에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언제부터 이러한 상태가 되었을까?

내 몸의 상태는 지금 어떻지?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요가의 1 수칙. 호흡을 바라보고 내 신체를 바라보자_(1). 머릿속에 생기는 무수한 질문들을 뒤로하고 숨을 바라본다. 숨을 바라보면 나는 숨을 멈추고 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자연스러운 호흡을 바라본 후 호흡을 규칙적이게 쉬어 본다. 무의식적으로 멈추고 있던 숨을 다시 쉬는 것은 어렵고 과호흡을 불러온다. 그럴수록 가만히 내 숨만을 들여다본다. 천천히 호흡한다. 이 숨을 바라보는 행위는 어떨 때는 눈물이 나게 한다. 이렇게나 스스로 나를 방치하고 있었구나, 지금 많이 힘들구나. 또한 이 숨 속에서 나는 내 카르마(업)를 만난다.

 이때부터 내 감정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다. 처음 던졌던 질문들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덩어리들이 녹기 시작한다. 녹아서 어떨 때는 그냥 사라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물로 방출되기도 한다. 기체화되거나 액체화되어 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호흡을 바라본 후 신체를 바라본다. 손이 떨린다. 손의 떨림을 인지한 후 손을 바라본다. 떨림 속 보이는 감각을 느껴본다. 심장이 점점 뛴다. 이는 한동안 죽어있던 심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떨림은 손에서 심장으로 팔 전체로 어깨로 다리로 내 몸을 돌아다닌다.

 천천히 몸이 살아난다. 천천히 무의식의 문밖으로 나아간다.





(1) 호흡을 바라보고 신체를 바라본다. 이는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감각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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