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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Nov 15. 2022

요가 수련 일지 10

다시 새로운,

 개인 수련만 하다가 한 달 만에 요가원에 가서 수업하는 날이었다. 요가원에 보통 걸어가는데, 오랜만에 걷는 이 길이 너무 설레고 좋았다. 어느 구간을 딱 지나가는데,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가는 안개 막이 있는 것처럼 공기와 냄새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에너지가 확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 익숙하고 편안한 감각이 요가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 몸을 이완시켜주었다.

 수련 전, 보이차도 오랜만에 마셨다. 보이차로 또 한 번 몸이 이완됐다. 수련을 시작했을 때 나는 편안한 감각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이 편안한 상태는 ‘ 나는 안전하다 ’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나는 안전하다. 이 감정은 내가 요가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수련을 통한 마음 챙김은 타인이 나에게 가하는 부정적인 감정, 행동들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부정적인 사고와 행위까지 어루만져 준다. 이 [어루만져 준다]라는 것은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반성하게 하기도 하며, 또 어떤 날은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과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감정들과 감각들을 깨닫는 순간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우울의 심해에 빠져있던 나는 물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나는 안전하다.

 나는 땅 위에 잘 맞닿아져 있다.

 나는 존재하고 있다.


 아직 혼자 수련할 때는 왠지 긴장되면서 숨이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항상 개인 수련을 마치고 나면 더 편안히 숨을 내쉴걸..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그다음이 이날이었다. 이 공간이 주는 에너지로 인해 내 호흡은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유로웠다. 이 자유로운 호흡은 내쉴 때마다 내 몸을 훅, 훅, 훅 이완시켜 주었다.

 파스치모타나아사나_Paschimottanasana(1)를 하는데 선생님의 핸즈온_(2)을 받으니 내가 평소 개인 수련할 때 얼마나 나 자신과 타협했는지 느꼈다. 파스치모타나아사나_(1)는 평소 힘들어하는 아사나_Asana(3)라 항상 개인 수련할 때 시퀀스에 넣으면서도 막상 이 아사나_(3)를 시작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까지 하지 않았다.

 제대로 행해진 아사나_(3)로 인한 근육통은 엄청났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등과 어깨가 뻐근하다. 하지만 기분 좋은 근육통이다. 이 근육통은 어제의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켜준다. 몸에 남은 이 감정과 기억들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자원_(4)이 된다.

 오늘은 다시 개인 수련할 때 하고 싶은 아사나_(3)들이 많이 생겼다. 선생님과 같이 수업하면서 우스트라아사나_Ustrasana(5)의 방식과 감각도 다시 알아갈 수 있었고, 드롭백_(6)을 통해서도 새로운 감각을 발견한 날이었다. 평소 아프던 어깨와 팔꿈치는 오늘 방향성을 다시 배우면서  편안한 상태가 될 수 있었고, 서혜부는 탁 늘어나면서 공간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 수련할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 파스치모타나아사나 Paschimottanasana

(2) 핸즈온

선생님이 학생의 아사나를 직접 잡아주시는 것을 뜻한다. 이 아사나를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3) 아사나 Asana

요가 자세를 일컫는다.

(4) 자원

요가에서의 자원은 수련하는 동안 나의 평안함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어떤 것이다. 내 신체 중이나 혹은 날씨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5) 우스트라아사나 Ustrasana

(6) 드롭백

타다아사나 Tadasana(6-1)에서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Urdhva Dhanurasana(6-2)로 내려갔다가 다시 타다아사나(6-1)로 올라오는 것을 반복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만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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