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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현 Nov 07. 2022

요가 개인 수련 일지 1

우울할 때 하는 요가는 날 안아주는 대형 쿠션 같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한 시간 사이에 나는 매우 우울해졌다. 지하철 환승하는데 역사 내에서 쇼핑백을 휘두르는 젊은 여자, 지하철에서 쩍벌하고 있는 아저씨, 다시 만난 나에게 불친절했던 버스기사님. 온갖 짜증이 몰려왔다. 나는 그 쇼핑백에 일부러 몸을 가져다 댔고, 아저씨 다리를 밀어 오므리게 만들었으며, 평소와 다르게 기사님께 인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가장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이 사람들에 대한 나의 태도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굳이, 무시 못하고 행동한 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이 우울함으로 인해 요가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매트를 펴고, 차크라 명상 음악을 틀고 수련을 시작했다.

 오늘은 하고 싶다고 생각한 지 오래된 간다 베룬다아사나_(1)를 하고 싶어서 이 아사나_Asana(2)를 목적으로 시퀀스를 진행했다. 초중반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_Urdhva Dhanurasana(3)를 했는데,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_(3)를 통해 간다 베룬다아사나_(1) 하기 전에 가슴을 열고 싶었다. 오랜만에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_(3)를 하니까 온 몸을 쭉 늘리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간다 베룬다아사나_(1). 원래 나는 이 자세를 할 때 닿아 있는 턱이 너무나도 아프다. 그런데 오늘은 턱이 편안했다. 근래 스트레스로 나는 턱을 꽉 잡고 있는 습관을 다시 하고 있었다. 일상생활 중 정신 차리고 보면 항상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나는 잇몸이 약해서 이렇게 이를 물고 있으면 이가 곧장 시리고 이가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 턱이 계속 굳어가고 커지는 게 느껴졌다. 마사지를 해주고 계속 이완을 하려고 해도 나는 점점 이를 강하게 다문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감각들이 자주 꾸던 꿈을 생각나게 했다. 이가 빠지는 꿈. 어렸을 때부터 이와 관련된 꿈을 자주 꾸었다. 오래도록 나는 꿈속에서 이가 흔들렸다. 빠지지는 않고 흔들리기만 했다. 현실에서도 이가 흔들린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에 이 꿈을 꿀 때면, 항상 꿈과 현실을 혼동하곤 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고 이 꿈을 꿀 때면 불안했다. 이렇게 이가 흔들리기만 한지 몇 년이 지난 후, 이가 빠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쯤이었다. 처음에는 하나였다. 그러다 두 개, 세 개로 늘어나더니 아랫니가  한 번에 다 빠졌다. 또 어느 날은 윗니가 싹 다 빠졌다. 그러다가 내 이는 끊임없이 계속 빠지기 시작했다. 이가 계속 새로 생성되면서 무한대로 빠지기 시작했다. 이가 입에서 계속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오는 이 때문에 나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오늘 간다 베룬다아사나_(1)를 통해 턱이 편안할 수 있다는 감각은 내 이날의 우울감을 완벽히 털어내 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턱의 편안한 감각이 퍼져 내 몸 전체를 감싸 안아주었다. 기분 좋은 막에 쌓인 느낌이었다. 이 상태는 자연스럽게 오늘 마주친 사람들에게, 나에게, 생명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이 생겼다. 평안하기를. 안 좋은 기억이 해소되기를.

 요가를 다 하고 나니 맑은 정신으로 깨어난 기분이었다.





(1) 간다 베룬다아사나 Ganda Bherundasana

(2) 아사나 Asana

요가 자세를 일컫는다.

(3)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Urdhva Dhanuras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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