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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Oct 17. 2022

My Lottery Dream Home


내가 만약 복권에 당첨되어 큰돈을 손에 쥐게 된다면 어떤 집을 선택하고 싶을까? 넓은 정원과 수영장,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실과 홈 갤러리가 있는 꿈에 그리던 집을 소유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당첨금이 그리 많지 않아서 서울에 있는 84 제곱미터(34평) 아파트 사기도 버거우니까.

하지만 당첨금이 상상을 초월하는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꿈의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아니 집을 구하고도 집값의 몇 배 여유자금이 남기도 한다.

미국 복권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로또 방식의 번호를 맞추는 복권과 즉석으로 긁는 스크래치 복권이다. 스크래치 복권의 당첨금은 수억에서 수 십억 최대 200억 원가량인데, 로또 방식은 수 백억 원은 보통이고 수천억, 1조 원 이상의 당첨자가 나올 때도 있다.

이러니 미국 사람들이 복권에 당첨되어 꿈꾸는 Dream Home 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즐겨 시청하는 채널 중 HGTV가 있다. 집과 가든에 관한 전문 채널이다. 집을 리모델링하고, 정원을 아름답게 조성하고, 100일 동안에 집을 신축하는 것을 보여주고,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소개하는 내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내가 가장 즐겨 시청하는 것은 My Lottery Dream Home이다.

데이비드 브롬스테드 ( David Bromstad)라는 끼 있고 잘생긴 호스트가 복권 당첨자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꿈의 집을 찾아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흥미로워서 본 방송을 사수하고는 한다.


복권 당첨자가 집을 찾아줄 것을 의뢰하면 데이비드가 주인공을 만나 어떤 복권에 얼마가 당첨되었고, 원하는 지역과 집값으로 지불할 수 있는 액수를 알아본다. 그다음 단계는 로컬 부동산 업자로부터 정보를 얻어 의뢰인과 함께 세 개의 집을 둘러본 후 그중 한 집을 선택하는 내용인데, 유머와 재치 있는 진행자와 행복해하는 구매자를 보면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복권의 당첨금에 따라 의뢰인이 요구하는 집들이 다르다.

따라서 진행자가 보여주는 것들은 평범한 것에서 대저택, 초호화 집까지 다양하다. 수영장과 차고, 잘 가꾸어진 정원, 4개의 침실과 3개의 욕실, 넓은 거실과 아일랜드가 있는 주방 정도는 보통이고, 가끔은 상상을 초월한 집도 보여 준다. 광활한 부지와 성만큼 크고 화려한 건물, 공원 같은 정원에 테니스장, 집안에는 완벽한 시설의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 영화관, 음악 감상실, 골프 연습실, 와인 저장실, 연회장 등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럭셔리 드림 홈이다.


복권에 당첨되어 집을 의뢰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원룸에서 부부가 여러 명의 아이들과 옹색하게 사는 사람, 부모의 집, 처갓집, 혹은 형제 집에 얹혀사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작더라도 자신의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감격스러운 일인데 하물며 대 저택, 혹은 초호화 주택을 소유할 때 그들은 어떤 심정이며 어떤 행동으로 기쁨을 표현할까?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려 지냈던 것이 언제 적이냐는 듯이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며,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이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그래도 못 미더워 자신의 얼굴이나 팔을 꼬집어 보는 것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살맛 나는 을 노래하며 와인잔을 기울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 나는 가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그 사람들의 마음이 되어 함께 웃고 기뻐한다.

My Lottery Dream Home은 집 없이 사는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보면서 자신도 언젠가는 저런 멋진 집에서 보란 듯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면이 커 보인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듯이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을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줄기차게 복권을 구입했는데 자신은 왜 당첨이 안 되는가. 왜 이렇게 지지리 복이 없는가 하는 상대적인 상실감에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부정적인 면은 자신들도 빨리 저런 집을 소유하고 싶다는 조바심에 무리하게 복권 사는 것에 집착해서 삶이 더 황폐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돈을 많이 지출하면 당첨 확률이 높을 거라는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건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 한 알을 집어 드는 거나 한 움큼 움켜쥐는 정도로 영향에 미미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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