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한 친구가 얼마 전 한국에 와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서울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를 뵙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수술을 받기 위한 목적도 커 보였다. 워낙 미국은 치료비가 비싸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비용이 너무 저렴해서 놀랬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어느 날 친구는 '이젠 외국 생활 접고 귀국해서 살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쳤을 때, 우리나라 모 대학에서 교수로 초빙 제의를 받고도 거절할 정도로 미국 생활에 만족하며 한국을 등지고 살아온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의외였다. 아마도 오랜만에 한국에 와보니 눈부신 경제 성장, 달라진 생활상, 그리고 저렴한 의료비, 이런 것들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 같다.
'그래, 잘 생각했어. 외국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태어나고 잔뼈가 굵은 내 나라만 하겠어? 세상에 우리나라같이 살기 편한 곳이 어딨어. 백내장 수술비 저렴해서 놀랐다고 했지? 이제 나이 들면 병원에 출근부 놓고 살아야 할 텐데 치료비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만 해도 엄청난 특혜야.'
이민 생활은 현지인과 융화되지 못하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그의 마음을 부추겼다.
"................"
친구는 아무 말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며칠 후, 친구와 다시 만났을 때,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려고 생각하니 망설여진다." 고 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하였으며, 개인 사업을 해서 뉴욕 퀸즈 지역에 커다란 주택도 장만 해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게 되면 서울에 변변한 아파트 한 채 장만할 재력이 안된다고 했다.
몇몇 친구들을 만나고 충격을 받기도 했단다.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그들의 거만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언 행동을 보니 기가 죽더란다.
마라톤 경기에서 앞장서 달린다 생각했었는데, 현실을 직시하니 친구들은 보이지 않게 앞서 있고 자신만 뒤처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란다.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친구가 외국에 사는 가장 큰 행복으로 꼽는 것이 남의 눈치 안 보고 사는 자유로움과, 남과 경쟁하고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젠 선진국 국민답게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허름한 집에 살던, 초라한 옷을 입던, 폐차시켜야 할 고철 덩어리를 타고 다니던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려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