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가 잠자고 있는 뉴저지에 위치한 조지 워싱턴 메모리얼 파크에서다. 워낙 광대한 규모라서 친구를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장소를 기억할 만한 입체 조형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석은 바닥과 같이 평평하게 눕혀져 있는 데다가 잔디며 잡초가 비문을 읽을 수 없게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려심 깊은 그곳 관리인이 일부러 차를 몰고 와서 친구의 자리를 찾아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더듬이가 잘리어진 곤충처럼 오랜 시간을 그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을 것이다.
달려와 손을 잡고 반갑게 맞아주어야 할 친구는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잠자리에 들었으니 20년이란 긴 시간이다.
주위는 고요 속에 묻혀 있다. 공원은 지구에서 많이 떨어진 다른 행성같이 낯설게 느껴진다.
친구와 가까이 있자 긴 시간을 뛰어넘어 같이 했던 순간들이 선연히 떠오른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옮겨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사업을 해서 나름대로 크게 성공했던 친구.
내가 미국에 올 때면 바쁜 와중에도 공항까지 와서 픽업을 해주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설명해주던 자상한 친구.
거대한 사업장을 보여주며 그동안의 고충을 담담히 들려주던 친구.
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잔을 기울이며 사업 구상을 펼쳐 보이던 열정적인 친구.
은퇴 후엔 풍광 좋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한가롭게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친구.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은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별 은 누구나 겪는 인생의 한 과정이다. 그러나 친구와의 이별은 예기치 않았던 너무 뜻밖의 것이어서 새록새록 안타까움에 마음이 저려온다. 불혹의 나이에 황망하게 떠날 것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친구는 좁은 공간에 갇혀서 얼마나 답답할까?
친구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영혼이라도 풍광 좋은 곳을 마음껏 누비며 화폭에 담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