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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Oct 17. 2022

여행의 추억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가볍고 얇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여행 준비 끝이다. 특히 외국 여행, 그것도 장기간 여러 나라를 여행할 경우 그 진가는 더욱 빛난다.

아내의 친구 한 명은 남편과 둘이서 4년 동안 자신의 차를 타고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는 일주를 했는데 이는 스마트폰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스마트폰으로 최신의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고, 찾아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선택하면 지도가 뜨며 음성으로 안내까지 해준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잔여 시간까지 정확히 알려준다. 차를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해준다. 동영상으로 여행을 꼼꼼하게 기록할 수도 있다.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도 하고, 호텔, 항공, 페리, 크루즈, 기차, 버스 승차권도 예약이 가능하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무료 전화통화를 할 수 있고 이메일이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은 무거운 카메라를 필요 없게 만들었으며,

여행 중 읽고 싶은 책을 얼마든지 e북으로 다운로드해 휴대폰에 담을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수시로 변하는 날씨 변화를 확인해 장비나 알맞은 옷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보고 느낀 것을 휴대폰에 기록할 수 있고, 지루한 시간을 게임으로 메꾸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를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선별하여 감상하고,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평소 보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영화를 즐길 수도 있다. TV에 연결하면 큰 화면으로 시원스럽게 볼 수도 있다.

이렇듯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앱을 이용하면 못할 것이 없는 편리한 세상이다.


스마트폰은 유능한 비서가 옆에서 모든 일을 척척 다 해결해 주는 것처럼 편하게 해 주지만 한편으로는 아날로그 여행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마도 기기에만 의존하는 삭막함 차가움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아날로그 여행은 인간미와 낭만이 있고 온기가 넘치지 않는가.


필름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현상소에 맞기고 어떻게 나올까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리던 시간들, 사진을 손에 쥐고는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배경이 된 장소를 다시 음미해 보던 일이 그립다.

지도를 보고도 목적지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면 누군가가 다가와 도움을 주었고, 친절한 사람은 꽤 먼 거리에 있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는데, 이럴 때면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던 일도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새로운 여행지로 이동하면 짐을 풀자마자 예쁜 그림엽서를 사서 우체국 안 테이블 앞에 서서, 혹은 사람들이 왕래가 빈번한 계단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그리운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며 빽빽하게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던 일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여행안내서를 펼쳐놓고 계획을 짜느라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내던 일도 그립다.


여행이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고 편하다고 해서 멋진 추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 처리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야 해결이 가능하고, 숱한 실수와 시행착오가 수반되고, 계획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던 아날로그 여행, 불편하고 고생이 꼬리를 물었던 여행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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