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준 Oct 14. 2022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나비 나비 나비.....



믿음이 없는 자(Faithless), 캔버스에 나비와 가정용 광택안료(Butterflies and Household Gloss on Canvas)





2003년,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 데미안 허스트 작품을 감상할 때의 일이다.

벽에 걸린 작품 몇 점이 나의 넋을 빼앗았다.

그 오묘한 아름다움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찌 이토록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패턴을 창조할 수 있단 말인가?

탄성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놀라움에 벌어진 입은 쉽사리 닫히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고대 성당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 같았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쏟아져내리는 햇빛이 투과하여 만들어 낸 듯한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현기증 나게 만들었다.



Damien Hirst in front one of his Butterfly canvases part of his retrospective at Tate Modern





나는 작품 앞으로 다가갔다.

좀 더 꼼꼼히 작품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페인팅 작품이 아니었다.

수천 마리의 실제 나비를 접착제로 붙여 구성한 작품이었다.

무수한 나비의 주검,

무수한 나비의 무덤이었다.

뒤통수를 둔기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메스껍기도 했다.

과학관에서 이런 것을 보았다면 그러려니 덤덤히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의 작품으로서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의 나비 작품에는 보통 수천 마리의 나비가 희생되는데. 9000마리의 나비를 이용해 만든 작품도 있다.    

작품을 통하여 삶과 죽음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의도 이지만, 그토록 많은 생명을 희생 시켜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작가가 진정한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테이트 모던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특별전이 있었는데(4월부터 9월까지)

그는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나비를 이용한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 보았던 나비를 접착제로 붙여 만든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나비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실 한 개 정도 크기의 방에 화분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갖가지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나비들이 날고 있었다. 어떤 나비들은 화분의 꽃에 날개를 접고 있기도 했고, 관람객들의 머리나 어깨에 앉아 있기도 했다.

실내는 6월인데도 히터를 작동하여 후덥지근했다. 나비의 활동과 부화에 접합한 온도인 듯했다.

부화한 애벌레 껍질이 벽면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나비를 접착제로 붙여 만든 작품을 볼 때처럼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비는 자연 속에 있어야 한다.  

마음대로 날고 꽃을 찾아야 한다.

그게 가장 아름다운 나비의 모습이니까.

이런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공식 홈 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AI이 그린 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