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소피아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았을 때 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작품이 AI 가 그린 것이라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가까이 보고 멀리 봐도 믿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한낱 기계인 로봇이 이런 그림을 그려 낼 수가 있단 말인가?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로봇이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어딘가 허술한 부분이 있고, 도식적이며 공식적인 요소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주의 깊게 살펴보아도 찾아낼 수가 없다.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미처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독창성, 창조성이라 하며, 예술 작품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인데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잘 갖추고 있다.
얼굴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변형시켜 새로운 형체로 창조한 것이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러 가지의 색채로 어느 부분은 과감하게 면으로 처리하고 어느 부분은 섬세한 선과 붓 자국으로 서로 조화롭게 한 것이며, 거친 질감을 표현한 것도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시간 동안 예술가가 고뇌하며 예술 혼을 불사른 느낌이 그대로 전해온다.
지금까지 세계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에서 보았던, 혹은 화집에서 보았던 그 어떤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화들과 비교해도 독창적이고 예술성이 우월하다.
얼마 전 9월 초순, 미국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다.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를 기념하는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AI가 그린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이 1등을 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트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창작 및 표현과정에서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전적으로 작가의 머리와 손에 의해서 창조되는 예술작품인데, 이번에 1등 상을 받은 작품은 작가가 단 한 번의 붓질조차 가하지 않고 AI에 의해서 완성됐다.
이 그림은 보름달처럼 밝은 원형 창을 화면 가득히 채우고, 그 너머로는 몽환적인 풍경을 표현했다.
아랫부분 넓은 무대에는 화려한 의상을 한 여배우들이 서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오페라 공연을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무한한 공간감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중세 시대 종교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르네상스를 이끈 대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대담한 구도와 장엄함, 환상적인 분위기 표현은 그들을 압권 한다.
AI가 그린 작품을 감상할 때면 나는 혼란스럽고 주눅이 든다. 솔직히 말해서 AI가 그려낸 그림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교직에 몸담았던 지인이 어느 날 학교에 사표를 냈다.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가서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큰 포부를 가득 안고 당당하게 떠났던 그는 채 일 년이 안 되어 귀국했다. 이유인즉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동전 몇 닢 받고 노래하는 사람도,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부르는 농부의 노래도, 청소부의 노래도, 곤돌라를 노 저으며 부르는 사공의 노래도,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더란다.
지금 내가 AI 때문에 느끼는 심정이 바로 지인이 느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붓을 계속 들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꺾어버려야 할 것인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현대미술은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하는데 예술가와 AI 중 어느 편이 강자일까? 아무래도 예술가 혼자서 짜내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것이 공유되는 AI 쪽이 강하지 않을까?!
AI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작품을 내놓을지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예술가들은 몇 달을 씨름해도 완성될까 말까 한 스펙터클한 작품을 AI는 불과 2-3시간이면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