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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Oct 14. 2022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낙원





David Hockney, Sunbather, 1966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화가들에게도 그들만의 낙원이 있다.

산이 좋아 산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

지중해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진 사람,

타이티에서 원주민과 평생을 함께 한 사람,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 엑상프로방스를 떠나지 않은 사람,

북적거리는 뉴욕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

광활한 사막에 반해 산타페에서 노후를 보낸 사람........




David Hockney, Portrait of on Artist (Pool with Two Figues, 1972, Acrylic on Canvas, 214 x 304 Cm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며 영국을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그가 사랑에 빠진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였다.


혈기왕성하던 20대 데이비드 호크니는 미국을 여행한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에게 자유로운 미국의 문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David Hockney, A Bigger Splash, 1967, Acrylic on canvas, 242.5 x 244 Cm




더욱이나 캘리포니아를 여행하면서 눈부신 태양과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바다, 수영장이 딸린 그림 같은 집들을 보면서 그는 신세계를 발견한 것만큼이나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영국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드리우고 비를 뿌리고 바람이 불고 언제 비가 왔었느냐는 듯이 다시 해가 얼굴을 드러내 놓는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많은 영국인들이 이민을 원한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좋지 않은 날씨 때문이다.

돈 많은 영국인들은 따뜻한 나라 즉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남부에 별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우중충한 잿빛 하늘의 영국에 비해 일 년 내내 맑은 하늘과 눈부신 태양을 볼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그야말로 그에게 낙원이었다.

젊은 화가 지망생인 피터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 곳도 바로 로스앤젤레스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 우리는 머리를 갸웃거리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샌프란시스코에 선 백주에 손을 잡고 다니거나 포옹하고 열렬한 키스를 하는 게이 커플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자랑스럽게 레인보우 깃발(게이를 상징하는)을 내걸 정도니까.



David Hockney,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1966, acrylic on canvas, 84 x 84




데이비드 호크니는 피터를 모델로 한 그림을 연이어 그린다.

수영을 하고, 수영장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샤워를 하는 모습.....

작품 속 피터의 모습은 마치 그리스의 조각 작품처럼 이상적인 몸매를 보여주고 있다. 남자의 누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사실적이며 풍요롭고 다채로운 색 표현과 공간감, 생동감이 물씬 풍기는 이 그림들은 그에게 돈과 명예까지 안겨주게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회귀하고 싶은 본능이 있나 보다. 이방인으로 30여 년 이상을 미국에 체류했던 그도 2005년 고국 영국으로 돌아가 어릴 적 추억이 간직된 요크셔 지역에 둥지를 튼다.

나이가 들면 아마도 자신이 태어나고 잔뼈가 굵은 고향이 지상의 낙원이 되는 건 아닐까?

그는 요크셔의 풍경들을 활용한 새로운 그림들을 왕성하게 제작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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