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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Oct 19. 2022

김환기

달항아리와 사랑에 빠지다





김환기, 1958, 항아리, 50 × 60.6cm, [사진 제공 = 케이옥션] 




화가들은 나름대로 즐겨 그리는 소재가 있다.
인물을 즐겨 그리는 사람,

나무를 줄기차게 그리는 사람

산을 고집스럽게 그리는 사람,

바다만 그리는 사람,

꽃에 매달려 오직 꽃만을 그리는 사람,



김환기, 1913-1974, 정원, 1956, 캔버스에 유채, 80.5x100cm, 개인 소장




김환기,

그는 달 항아리와 사랑에 빠져 그림의 소재로 많이 활용한 작가이다.
물론 달 항아리를 그린 화가는 많다.

호를 도천(도자기의 샘)으로 지을 정도로 달 항아리를 좋아한 도상봉,

도자기 사진 작업을 왕성하게 보여주는 구본창,

고영훈,

노세환 

강익중........


그러나 김환기의 도자기를 향한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추상적인 바탕 위에 달항아리를 그려 넣기도 했고,

만발한 매화와 함께 그려 넣어 동양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도 남겼으며,

달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을 그리기도 하였으며,

산과 나무와 해와 달 등 자연과 함께 그려 넣기도 했다.





김환기, 1913-1974, 정원, 1956, 캔버스에 유채, 80.5x100cm, 개인 소장




김환기,

그는 한때 도자기 수집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하나 둘 사들인 도자기는 방, 대청,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심지어는 다락, 광, 시렁 위에까지 포개어 쌓아 놓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집안이 온통 도자기 홍수였다.

이젠 더 이상 사지 않겠다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도 시내에 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발은 골동품 가게로 향했다.
그것은 마치 마약 중독 같은 것이었고, 열병을 앓은 것과도 같았다.

 
세련된 조형언어와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서구 모더니즘을 한국화 하여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준  김환기.

그가 도자기에 넋을 빼앗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 항아리의 매력이 뭐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스스로 답을 내렸는데, 그 답은 언제나 '아름다워서'였다.


아마도

둥근 보름달을 닮은 형체

꾸밈없는 평범함,

투명한 우윳빛 색채,

완만한 부드러운 곡선,
소박한 흰빛이 주는 따스함이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던 것은 아닐까?

그의 작품을 보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김환기, 1955, 달항아리와 매화, 66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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