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hang Xiaogang, Blood line-Big family, Comrades no.7, oil on canvas,1996
장샤오강의 그림을 볼 때면 옛날 고향집 대청과 안방에 걸려있던 사진틀이 생각난다. 칼라 사진이 등장하기 전 흑백의 사진들은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모습, 결혼식, 환갑, 나와 형제들의 어렸을 적부터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오래된 사진들은 색이 변색되어 그 연륜을 짐작게 해주었을뿐더러, 우리 가족의 역사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샤오강 작품은 우리 가족사진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한결같이 입을 지퍼로 채우기라도 한 듯이 꼭 다물고 있고,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찬 큰 눈을 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의 모습은 한결같이 이를 환히 드러내 놓고 웃고 있거나 최소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웃음 때문에 눈은 감은 것처럼 보이며, 그렇지 않으면 초승달 같은 눈을 하고 있다.
Zhang Xiaogang, Blood line-Big family, oil on canvas, 130 x 110, 1996
미술 대학을 졸업한 장샤오강은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낮에는 무대디자인을 하고 밤에는 혼자서 죽어라 그림을 그렸다. 늪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화실에서 틀어박혀 작품 속에 자신을 내던졌다.
그러나 앞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한줄기 빛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의 우상인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아생전에 그림 한 점 팔지 못하고 가난과 외로움에 허덕이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것처럼 자신도 그런 전철을 밟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불확실한 미래, 암울한 현실 때문에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 연휴로 장출혈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Zhang Xiaogang, 대가족, oil on canvas, 1995
그가 그림을 처음 팔아 본 것은 1988년, 그의 나이 서른 살 때였다.
그림을 산 사람은 일본인 화가였는데, 그림 한 점에 200위안 (34000원)에 2 점을 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2011년 생존 중국 화가 중에서 가장 그림값이 비싸게 팔렸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1988년에 제작된 그림이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110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그 후 2014년 4월 5일 역시 소더비 경매에서 혈연 (대가족) no3, 1995년 작품이 128억에 팔려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 미술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대가족 시리즈는 모두 2003년 이전의 작품들이다. 그 후로 줄곧 새로운 주제의 작품을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매에서 높은 값으로 팔리는 대부분의 대가족 시리즈 작품들은 친구들에게 공짜로 선물했던 것이라 한다.
세상에 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수억 내지는 수십억 하는 작품들을 선물로 받았으니 말이다.
그 친구들은 작품을 팔아 팔자를 고쳤으리라.
그의 그림을 선물로 받은 어떤 친구는 가구 뒤에 덧대는 판으로 쓰기도 했단다. 높은 가격에 팔리니까. 다시 뜯어내어 팔았겠지만.....
당신도 무명작가와 친해져서 작품을 공짜로 선물을 받아 두는 것이 어떨는지....
혹시 아는가? 무명작가가 장샤오강처럼 블루칩 작가가 되어 당신을 돈방석 위에 앉게 해 줄는지.........
Zhang Xiaogang, Blood line-Big family, Comrades no 1 , oil on canvas, 179 x 150cm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