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다비드 상, 아카데미아 미술관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은 르네상스의 숨결이 거리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고, 한편으로는 이미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미술관 앞 거리는 온종일 시끌버끌하다.
미술관을 관람 후, 출구를 빠져나와 거리를 걷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헤이 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뭐지? 나는 의아해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화려한 색으로 표현한 아마추어 작가들의 약간은 설익은 작품들을 길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행상이었다. 물론 이런 행위는 불법이었다.
그는 그림 한 점을 집어 들더니 내 눈앞에 들이대며, 내가 그림을 발로 밟고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한눈을 팔다가 실수를 한 모양이었다.
그는 그림을 둘둘 말아 나에게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단호한 몸짓으로 100유로를 요구했다.
황당했다.
나는 지금 현금이 없다. 내가 작품을 발로 밟은 것은 사과하지만, 사람들이 왕래하는 거리의 바닥에 그림을 늘어놓은 당신의 잘못도 있다.
잠깐의 실랑이 끝에 나는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가판대도 아니고 도로 바닥 위에 그림을 늘어놓고 파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발걸음이 오가는 장소라서, 바닥에 놓인 그림은 누군가의 발에 밟힐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그림이 훼손되었다는 명분으로 강매를 하려고 행상이 설치한 함정처럼 보였다.
살기가 힘들어서일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