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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보도 (passerelle)

by 김정준











베니스 산 마르코 광장을 산책하다 맨홀에서 물이 역류하는 것을 보았다.

바다의 수위가 높아지는 만조시간이었다.

얼마 후에 광장은 은빛 수면으로 바뀌었고 갈매기들은 작은 호수라도 발견한듯 자유로이 그 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산 마르코 대성당 앞에는 어느새 이동식 보도 (passerelle : 철제로 된 받침대 위를 두꺼운 합판을 덮음)가 길게 설치되고 사람들은 대성당을 관람하기 위해서 그 위를 걷고 있었다.


이동식 보도는 산 마르코 광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많은 골목길과 광장에도 구비되어 있었다.


물이 들어오면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물이 빠지면 다시 일상을 이어가는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물을 두려워하기보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2019년 베니스는 최악의 홍수를 겪었다. 도시 전체의 85% 이상이 물에 잠겼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지하는 물론이고 1층까지 물에 잠겼다.


베니스 최고의 관광지이자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산 마르코 광장.(St Mark's Square)과 산 마르코 대성당(St Mark's Basilica) 등을 포함한 여러 고대 건축물과 광장이 심각한 침수를 겪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의 수위는 점점 상승하고 있는데, 베니스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조수 차단 시스템 MOSE (모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까?


이동식 보도 (passerelle)를 바라보는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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