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베니스 리도섬은,
축제가 끝나고 긴 잠에 빠져 고요하고 쓸쓸하다.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 주위와 거리엔 오가는 사람 한 명 없고,
해안선을 따라 날아온 차가운 겨울바람이 빈 거리를 훑고 지나간다.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면,
산타루치아 역과 산 마르코 광장 역에서 영화인들과 영화 애호가들을 가득 실은 배들이 해안가에 쉴 새 없이 사람들을 토해내고,
극장 주변에는 레드 카펫이 빛나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영화 관계자들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이런 모습의 흔적은 말끔하게 지워지고
겨울의 냉기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서 있는 극장들은 화려했던 순간들을 조용히 회상하는 것 같다.
열정과 화려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쓸쓸함만이 가득하다.
문득, 삶 또한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젊음의 열정으로 가득 찼던 시기,
꿈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던 시절,
목표를 이루고 환호하던 순간들…
그건 분명 화려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 삶에도 어김없이 쓸쓸한 겨울이 찾아온다.
젊음의 활기가 사라지고,
관계의 빛이 바래고,
오랫동안 붙잡았던 꿈들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시기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삶의 지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