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1991
Mark Quinn, Self 1991, Yale Center for British Art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영역은 끝이 없다. 작가들은 새로운 재료와 상상을 초월한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하느라 대결장에서 분투하는 것 같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추한 것도 미다는 역설적인 이론을 내 세우며 해괴망측한 작품들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등장하더니 더 나아가 혐오감을 주는 작품, 오싹 몸을 움츠리게 공포감을 주는 작품까지 등장했다.
물론 이전, 카라바조의 "메두사" ,
테오도르 제리코 "고문 희생자들의 머리"
프란시스코 데 고야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
에드바르 뭉크 "절규",
빈센트 반 고흐 "담배를 문 해골" 같이 섬뜩함을 주는 작품이 있지만 20세기 작품들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에서 가장 호러틱한 예술가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미안 허스트와 마크 퀸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 두 명 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Mark Quinn, Self 1991, Yale Center for British Art
2003년,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대형 전시회가 있었다.
넓은 전시장은 방부액으로 가득 채워진 대형 유리 탱크가 여러 개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상어를 박제해
넣은 작품과 젖소를 집어넣은 작품이 있었다.
젖소는 통째인 것과 머리만 잘라놓은 것이 있었다. 소를 측면에서 반을 절단하여 한 면에서는 완전한 소의 모습을, 반대편에서는 소의 내장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다.
젖소들은 생명을 유지한 채 고통스러워하며 금방이라도 두꺼운 유리를 깨부수고 뛰쳐나올 것 같았다.
몸통 없이 머리만 남아있는 젖소의 증오로 가득 찬 부릅뜬 눈에 오싹함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
예일대학교 미술관 중 하나인 Yale Center for British Art에서 2022년 5월 20일부터 10월 16일까지 마크 퀸의 특별 전시가 있었다. 그의 대형 History Painting, 이를테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파괴적인 순간을 표현한 Thames River Water Atlas, 총기 규제를 연설하는 Emma Gonzales의 모습, 대형 화제 속에 하얀 방화복을 입은 사람의 모습, 화재로 인한 참혹한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과 함께 그의 호러틱한 작품 Self 1991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Self 1991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대면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끔찍함과 공포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옛날 역사를 다룬 영화에서 보았던 단두대, 혹은 전쟁영화 중에 처참한 폭격으로 달랑 목이 잘린 것 같은 것이 연상되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온통 피범벅이란 점이다. 마치 누군가가 크고 단단한 각목이나 쇠 파이프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있는 힘을 다해 내려쳐 두개골이 함몰되어 많은 피가 분출한 것 같은 모습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스캔하고 6주에 한 번씩 5년 동안이나 4.5L의 피를 뽑아서 완성시켰는데, 특수 제작한 냉동 장비로 영하 15도를 유지해야 한다.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작품은 녹아 소멸된다니 꽤나 특이한 작품이다.
Self 1991이라는 제목은 자신의 모습을 1991년에 완성되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 이후 5년마다 이와 같은 작품이 한 개씩 제작되는데, 이 작품이 처음에 공개되었을 때, 잔인함과 공포로 관람객은 충격을 받았으며 너무 야만적인 작품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앞으론 어떤 공포감을 주는 작품들이 등장하여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안겨줄까?
기대하지는 않지만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Mark Quinn, Self 1991, Yale Center for British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