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준 Nov 01. 2023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꽃 그림이야? 추상화야?​




Georgia O'keeffe, Gery Lines with Blue and Yellow, 1923




미국이 낳은 위대한 여류 화가, 

20세기 대표적인 꽃의 화가,

한 세기를 풍미한 장수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를 말할 때 따르는 수식어다. 


거대하게 확대된 꽃그림으로 잘 알려진 조지아 오키프는 그 당시에 유행하던 유럽의 모더니즘에 흔들리지 않고 그 어떤 사조와도 연관되지 않는 환상주의 이미지를 추구하여 미국 미술사에 거목으로 우뚝 섰다.

당시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미국 화단에서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Georgia O'keeffe, Jack in the pulpit 4




그녀가 남긴 꽃 그림은 헤일 수없이 많다.

그렇다고 꽃만 그린 것은 아니다. 뉴욕의 거대한 빌딩, 짐승의 해골, 인물(누드), 구름, 산, 미국 서남부 사막의 황량한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화폭에 담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바로 꽃 그림이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확대된 꽃은 배경 없이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져 핵심적인 아름다움을 확장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추상화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표현은  감상자들을 작품 앞으로 잡아끄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왜 꽃을 확대해서 그리느냐는 질문에 오키프는 “아무도 진정한 자세로 꽃을 보지 않는다. 꽃은 너무 작아서 보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현대인은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꽃을 거대하게 그리면 사람들은 그 규모에 놀라 천천히 꽃을 보게 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Georgia O'keeff, Pink & Blue 2




그녀의 꽃 그림들 상당수가 어떻게 보면 여성의 가장 은밀한 곳에 대한 편집적 집착을 보이는 에로틱한 표현같이 느껴진다.

감상자 중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치부를 표현했다고 비난하기도했다.

많은 비평가들도 이런 부분을 언급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만약 내 그림에서 성적 상징을 보았다면 그것은 그 자신의 집착을 본 것일 뿐”

이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뉴멕시코 고원의 사막과 깊은 계곡을 본 그녀는 강한 영감을 받는다. 그 후 그녀는 뉴욕과 뉴멕시코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 끝내는 뉴멕시코 산타페에 완전히 정착한다. 

광활하고 고독한 사막에서 그녀는 외부와의 관계도 멀리하고 작품에 매진한다. 이때에 그녀는 사막의 풍경과 하얗게 변색된 동물의 뼈를 화폭에 즐겨 그렸다. 구상 형태의 표현이지만, 신비스러운 아우라가 풍기는 작품들이다. 


그녀는 산타페에서 98세의 일기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년 동안은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유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연필과 수채로 간단한 작업을 하였으며 점토 작업을 하기도 했다. 

고령에 시력이 좋지 않으면서도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조지아 오키프,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밝은 눈을 되찾아 생전에 그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들을 화폭에 가득 담고 있으면 좋으련만.......





Georgia O'keeffe, Series 1, no. 8

매거진의 이전글 쿠사마 야오이(Yayoi Kusam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