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그리고 자화상
Frida Kahlo, 사진출처, Artsandcullture, google.com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 Frida Kahlo, 1907 – 1954).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유난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평생 동안 그녀가 남긴 자화상이 무려 55점이나 된다. 그녀가 남긴 전체 작품수는 198점이다.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니다.
지독한 나르시시트가 아닌 이상 가난 때문에 모델을 사용할 수가 없어 자기 자신을 그린 화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가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이유는 모델료의 부담감 때문은 아니지만, 평탄치 못한 불행한 삶이 자화상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프리다 칼로는 6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어려서부터 과학, 고고학, 철학, 음악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18세 때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녀가 탄 버스와 전차가 충돌하여 크게 다친 사고였다. 얼마나 심한 부상이었던지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적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녀는 9개월 동안을 전신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Frida Kahlo, Self-portrait wearring a velvet dress, 58 x 79cm, 1926, 멕시코 프리다 칼로 박물관
18세의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시절, 죽은 사람처럼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까?
답답하고 무료해서 질식할 지경이었을 것이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녀는 그림을 생각해 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두 손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그림에 관심이 있다거나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확실한 꿈이 깊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진보적인 여성 의사로 살아갈 것을 간절히 염원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돌아버릴 것 같은 현실을 잊기 위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그녀에게 그림 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침대에 이젤을 부착시키고 캔버스를 고정한 후 그려야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자화상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운명이 그림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Frida Kahlo, 디에고와 나, 소더비 홈페이지 제공, 30 x 22.4cm, 1949
피 나는 재활훈련으로 그녀는 마침내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오른쪽 가느다란 발과 다리를 감추기 위해 양말을 두껍게 신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야 했다. 옷은 언제나 멕시코 전통의상인 긴치마를 입었다.
그녀는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교통사고 후 사이가 멀어지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며 이별의 아픔까지 경험해야 했다.
그녀는 어느 날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을 들고, 멕시코를 대표하는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찾는다. 자신의 그림을 냉정하게 평가받기 위해서였다.
그런 인연으로 그녀는 21세나 연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세 번째 부인이 된다. (리베라는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었다) 그 후로 반복된 유산으로 영구적인 불임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픈 프리다를 간호하러 온 여동생 크리스티나와 디에고의 불륜장면을 목격하고 배신감에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
1935년 뉴욕으로 홀로 떠난 프리다는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 뉴욕 전시회에서 그녀의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고, 제3세계 출신에 정규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화가로서 크게 인정을 받는다.
Frida Kahlo, 원숭이와 함께 한 자화상, oil on canvas, 40.6 x 30.5 cm
그녀는 다시 사고의 후유증으로 오른발의 통증이 심해져 서지도 앉지도 못하게 된다. 침대와 휠체어 사이를 오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역경 속에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라며 자화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녀의 자화상은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강한 눈빛을 표현했다.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과 맞서 싸워야 하는 자의 결연한 눈빛이다.
미소를 잃은 경직된 얼굴, 강인한 남자같이 과장된 표현을 보면 스스로 강해지려고 발버둥 쳤을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1954년 7월 그녀는 47세의 짧은 생애를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난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일기에서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고 썼다.
지옥과도 같았던 삶을 되돌아보기도 싫었을 것이다.
그녀의 소원처럼 길고 먼 외출이 너무나 행복해서 이승에서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활짝 웃음 띄운 자화상을 그리고 또 그리기를 빈다.
Frida Kahlo, 침대 위의 자화상, oil on canvas, 40 x 30cm,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