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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Nov 17. 2022

위에 민준 (Yue Minjun)

박장대소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의미​





Yue Minjun, Armed Fores, oil on canvas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

도대체 이가 몇 개야? 헤아릴 수가 없네.

정상적인 사람의 이는 스물여덟 개, 사랑니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서른두 개인데......

위에 민준의 작품 속 인물을 볼 때면, 나는 으레 이를 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중국의 대표적 현대 미술 작가.

장 샤오강, 팡리쥔, 왕광이와 함께 중국 현대 미술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작가.

특유한 인물 캐릭터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창조한 작가.

중국 노동자의 삶과 현대 중국의 모순을 꼬집은 작가,

한때는 생계비, 재료비가 없어 어려운 생활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작품 한 점에 수십억 원씩이나 하는 작가.





Yue Minjun, Hat series, oil on canvas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같은 사람이다. 복사기로 찍어낸 듯 동일하다.

바로 작가 자신을 그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초상화를 그렸지만 아무래도 시간적인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들도 가족이 있고 직장생활을 하는데 언제고 불러내어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위에 민준은 빨리 유명해지기 위해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까 고민하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서 그릴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니까.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가 웃고 있다박장대소를 하고 있다입이 얼굴의 반은 되게 크게 벌리고 옥수수 알같이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고 눈이 보이지 않게 활짝 웃고 있다.

그동안 동서고금 화가들의 숱한 인물화를 보아왔지만 위에 민준처럼 이를 다 내놓고 환하게 웃는 작품은 보지 못했다모든 작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나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었다.

왜 화가들은 이를 내놓고 웃는 모습 그리는 것을 기피했을까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천박함이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Yue Minjun, 대단결, oil on canvas, 1992, 한길아트 제공




울고 있는 사람을 보면 덩달아 울고 싶고,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 덩달아 웃음이 나오듯이

그의 작품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된다. 유쾌함마저 그대로 전달된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을 눈여겨보면 억지스럽고 과장 되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허망한 일을 당했을 때 어이없어 웃는 것처럼......


유에 민준은 중국을 대표하는 냉소적 현실주의 화가로써,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뒤섞인 과도기의 중국을 바라보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입장을 표현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듯한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이 숨어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무 생각도 없이 누군가에게 조롱당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곧 내 초상이자 나아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Yue Minjun, 무제, oil on canva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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