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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Nov 30. 2022

더 늦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



젊음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부딪쳐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런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 밑거름이 된다. 실패 없는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이 큰 그릇을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용기와 열정, 도전정신을 가진 젊음은 그래서 아름답다. 

나이 30대가 되면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40대가 되면 자신 앞에 높다란 벽이 도전을 가로막고 있어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5 - 60대가 되면 도전이란 단어조차 망각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전 앞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가? 대학에서 전공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는 사람들, 지옥 같은 직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고 싶거나, 자영업을 꿈꾸면서도 끝내는 두려움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 하다못해 외국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직장 상사 눈치 보느라, 빠듯한 월급을 저울질하느라 끝내는 집을 나서보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불혹의 나이에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내 전공인 미술에 걸맞은 현대 미술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닐 때 열심히 한 타입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나 자신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주위 사람들이나 친구들에게 내 의중을 털어놨을 때, 그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게 무슨 가당찮은 일 이냐는 듯이 눈을 크게 만들어 보이거나, 입을 벌리며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재산이 있어,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고도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면 해볼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생각을 접으라고 충고했다. 


나의 시름은 깊어졌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가 현실적으로 천만번 맞는 말이어서 동의했다가도, 아니야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되고 무의미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그건 너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거잖아. 

마치 목욕탕에서 온탕과 냉탕을 수도 없이 들락거리듯 생각은 수시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몇 달이 흘렀다. 계획은 여전히 포기와 도전 사이를 평행으로 팽팽히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지 남의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고. 남의 잣대로 내 인생을 설계할 필요는 없다고.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이 정한 룰 때문이지 나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나는 과감하게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뉴욕과 런던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공부를 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즐겁고 깊이 빠져들게 마련이다.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을 순회하며 위대한 예술가들의 체취를 느끼려 애썼고, 몸이 뻐근하도록 작업실에 매달려 있곤 했다. 강사나 교수들이 제발 작업실에 오래 남아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으니까. 난 처음으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언어 장벽이 높고 두터워 강의는 이해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더 많았고, 프레젠테이션 할 때는 엉터리 발음으로 횡설수설했지만, 그런 것조차도 나는 자신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나는 그 당시를 자주 회상하곤 하는데, 그때의 결정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그 길을 도전함으로써 부와 명예를 얻은 것은 아니다. 아니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바닥이 드러났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에게 떳떳하고, 행복하다. 이런 것이 가장 사람다운 삶이 아닐까? 아마 그때 내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살아있는 동안은 후회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것처럼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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