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부재가 편견을 낳는다
새 아파트로 입주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는 집주인의 은근한 압박에서 비롯되었다. 식인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아파트를 싫어하는 나는 원룸에서 투베이, 투베이에서 투룸까지 거쳐 그다음은 주인세대, 마지막이 전원주택이었는데 ᆢ투룸에서 난데없는 아파트라니ᆢ
도시에 살 때는 깔린 게 원룸이라 31가지 아이스크림 골라먹듯 갈 수 있었지만 지금 사는 혁신도시에서는 사람이 없는데도 우후죽순 아파트만 널렸다.
집주인은 이따금씩 나에게 물었다
"시집가야지? 좋은 남자 만나서 아파트에 사는 게 좋지 않나?"
라던지 "이번에 지은 새 아파트 좋다는데 ᆢ아가씨 우리 집에 얼마나 살았지?" 하며 이제 좀 제발 나가라는 속내를 은근히 돌려 말했다. 진즉에 눈치는 챘지만 모른척해야 했다.
아파트가 싫어서ᆢ
또 한 번은 정말 쐐기를 박은 적이 있었는데 , "우리는 월세를 진짜 싸게 받은 것 같아. 부동산에서 왜 이렇게 싸게 줬냐고 뭐라고 하던데? 지금 시세에 내놔도 15 만원은 더 받게 해 주겠다 그러네? "
그 집에서 산지 5년 차에 들은 말이다.
'그래 나간다 나가! '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아파트에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층간소음에, 불필요한 지출에ᆢ 공용주택이 주는 단점이 안전과 편리함이라는 장점을 이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꺼려했었는데
살아보니 돈(?)만 있으면 살기 편한 게 또 아파트인 것 같아 스스로 참 간사하다 생각이 든다.
분리수거 배출이 용이한 것, 아파트 내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등ᆢ
또, 아주 운이 없지는 않은 건지 윗집 아랫집에 아이가 살지 않아서 현재로서는 층간소음을 크게 느끼진 않는다.
이사오기 전 이 아파트는 햇빛이 잘 안 들어오는 위치라 결로가 생길 확률이 높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작년 여름, 베란다창으로 쳐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집이 사우나 그 자체였으며 반대로 겨울에는 뜨신 햇빛 덕에 난 방한번 안 틀고 지내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편견을 한가득 안고서 들어온 아파트라는 공간에 머물러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편견은 밖에서 지켜볼 때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해는 직접 살아갈 때 생겨난다는 것을.
대부분의 오해는 경험이 부족하기에 오는 것이 아닐까?
멀리서 바라만 보던 풍경 속에 이제는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