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테트리스

치열함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by 주솔

지방 촌놈인 저는 북적북적한 서울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승객들 한 명 한 명 테트리스 게임처럼 딱 맞게 맞춰 보고 싶다’


길게 늘어선 버스 탑승줄을 민망하게 만드는 뒷문 승차객도,

남의 시선을 피해 가며 굳이 버스 뒤쪽 2인승 자리의 바깥쪽을 고집하는 저 승객도,

사람의 좌석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저 짐들도,

내심 불편하게만 느껴집니다.

“앞으로 타세요”, “안 쪽부터 좀 앉아주세요”, “옆에 짐 좀 치워주세요”

저는 이런 말들을 직접 할 용기가 없는 터라,

그런 승객들을 지켜보며 게임처럼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상상을 하곤 해요.


남들처럼 앞으로 줄을 세우고, 남들을 위해 안 쪽으로 들어가 앉고, 남들을 위해 짐은 본인의 무릎에 놓는.

‘남’에게 ‘남들’을 생각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모순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언제나 골치가 아픕니다.




언젠가 한 번은, 늘 그렇듯 퇴근 시간 2호선 강남역에서 몇 차례의 지하철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다른 사람을 밀지 않고 탈 수 있는 그런 날들 중 하루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며 부모님께 전화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해? 저녁은?”

“엄마랑 방금 먹었지, 이제 퇴근해?”

“지금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에 걸어가는 중이야”


오늘 지하철에 꽉 찬 사람들과 그 틈을 놓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네가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래”


돌아온 아빠의 말은 한동안 저를 멈춰 서게 했습니다.

내가 정말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저런 모습이라면 나는 치열하게 살 자신이 없다.’

그게 제가 저에게 내린 결론이자 스스로의 반성이었어요.


그날 씻고 방에 누워 치열함과 배려에 대해 생각하다 늦게 잠들었던 기억이 나요.

스포츠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운동선수들이 경기에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치열한 몸싸움이 정당행위에 해당된다면, 똑같이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는 우리가 출퇴근 길에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 또한 정당행위에 해당되는가?


그렇게 생각해 보니 남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서 얼른 이 생각을 지워버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빠의 말이 맞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잠에 들었습니다.

남들처럼 그만큼 치열하게 살 자신이, 용기가 없었던 게 맞겠다.




그리고 다음날 강남역 퇴근길


다시 몇 차례의 지하철을 보냈지만,

유난히 사람이 많았던 그날

겨우 탑승에 성공한 그날

좁은 지하철 안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어제의 자기반성과는 다르게 또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삼각형 모양의 저 팔 들만 접어줘도 아까 땀을 흘리며 지하철을 기다리던 몇 명은 더 탔을 텐데…


마치 지하철이라는 테트리스 게임판 안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삼각형 모양의 블록들만 자꾸 나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수많은 삼각형 블록 사이에 필요 없는 기다란 블록 하나

그럼 그 사이에서 가장 피해를 주고 있는 건 결국 내가 아닐까?


“아… 나는 이곳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

작가의 이전글생산직 E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