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6살에 결혼해서 28살에 큰아이를 낳았다. 모범생인 성격 탓에 태교도 남들만큼은 했다고 자부한다. 임산부 요가, 아쿠아로빅, 영어 공부를 병행하면서 커피도 끊고 평소처럼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23개월이 되어 다른 아이들은 엄마한테 '빠빠이' 인사도 하고 '엄마'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는 혼자서 소리 지르며 주변을 탐색했다. 책도 찾아보고 '거북이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혼자서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작은 아이 낳고 큰 아이를 맡은 어린이집에서 병원에 가보라고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특수 치료 기관을 전전하면서 모든 치료를 섭렵하였다. 돈도 쏟아부었고 작은 아이 둘러업고 큰 아이 손을 잡고 그렇게 치료실을 다녔다. 더운 여름 작은 아이는 땀띠가 가득했고 큰 아이는 길 가다가 꽂히는 것이 있으면 몇십 분씩 한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모든 나의 노력에도 변하지 않는 아이가 야속하면서도 낳았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좋다는 것은 다 시켰다. 하지만 지금 고2인 아이는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도 나오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임신인 줄 모르고 술을 마셨던 일 등 조심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나며 내 탓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아서 한동안 자신의 채찍으로 내 마음에 사정없이 생채기를 냈다. 이런 생각에 매몰될 때에는 숨이 차고 입이 바짝 마르는 공황 증세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나보다 조심하지 않은 사람들도 멀쩡한 아이를 낳고 잘 사는 경우를 보지 않는가? 내가 이런 고난을 벌로 받을 만큼 정말로 잘못을 저질렀는가 생각해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유퀴즈에 소아정신과 권위자 김붕년 교수님이 나오셔서 최근 자폐스펙트럼 유병률이 100명 중 3~4명이라고 했다. 내가 한참 아이의 치료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원인이 뭐냐고... 그랬더니 그냥 '돌연변이'라고 했다. 그때는 그 대답이 참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원인 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경우를 봤지만 '돌연변이'가 맞는 것 같다. 희귀한 확률로 나는 너무나 '특별한'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이다.
이런 특별한 행운(?)이 로또 복권을 살 때 일어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