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토론 수업이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사용하는 워크북은 단원별로 주제가 정해져 있고, 그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대화, 문법, 독해, 그리고 창조적인 대화를 진행한다. 처음에는 워크북에서 제시한 주제에 맞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원어민 교사가 이끌어가는 대화에 따라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단원을 마칠 때쯤, 우리는 역할을 나누어 각자의 나라와 생각을 주제로 토론하고, 그 내용을 모두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예전에는 교사의 지도에 따라가는 데 급급했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게 많은 문장을 쓰게 된다. 그중에서 자주 떠오르는 표현이 바로, "When I was young..."이다.
우리 반은 보통 15명 정도로, 학생들의 나이대는 20대 초반이나 고등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유독 중년이라, 이 중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 수업 중에 다른 학생들과 대화하거나 발표를 해야 할 때,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어렸을 때는..."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예전에는 발표에 집중하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집에서 점심을 먹고 콜롬비아 출신의 아벨미에게 "오늘 학교는 어땠냐?"라고 묻다가 갑자기 "When I was young..."이 떠올랐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자주 나오는 표현이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학창 시절, 나는 빨리 나이가 들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걱정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게 기정사실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고민도 깊어진다.
때로는 어린 학생들에게 발표를 하면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좋은 직장을 구하는 방법이나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 자신도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몇몇 외국인 친구들은 가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당신은 마치 내 부모님 같아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때서야 '나도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숨기려고 했던 노력도 무색해진다.
오늘 문득 떠오른 그 표현과,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지켜봐 준 20대 친구의 말이 씁쓸하면서도,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