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6개월의 동거, 이별의 순간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칠레 출신의 알바로가 마침내 집을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임차 계약 기간이 끝나서, 그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했다. 언젠가 나도 떠나야 할 텐데, 그 순간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알바로에게 물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게 돼서 기뻐?”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담담했다. "So, so..."

기뻐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칠레에서 다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일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닌 것이다.


알바로는 계약 만료를 며칠 앞두고 프랑스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다며, 미리 짐을 싸서 집을 나섰다. 그러면서 혼자 남게 될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6개월 동안 우리는 함께 살았다. 문화와 성격의 차이로 갈등도 있었지만, 막상 그가 떠난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슈트케이스 하나와 백팩을 멘 알바로를 보며 나도 모르게 몰타식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가볍게 포옹했고, 나는 말했다. “칠레에 가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식 정서에 따라 1층 출구까지 내려가 그를 배웅했다.

그의 뒷모습을 오래 보고 있으면 괜히 슬퍼질 것 같아, 나는 입구까지만 바래다주고 다시 조용히 4층 집으로 올라왔다.


다음 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니 집 안은 어수선했다. 다음날 북유럽 여행을 준비하느라 서둘러 귀가했는데, 집에는 집주인 조이, 그녀의 누나, 아벨미, 그리고 새로운 세입자가 와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짐을 챙기는 사이, 조이와 새 입주자는 계약을 마친 듯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아벨미가 새 세입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름은 피우스, 나이지리아에서 왔고 현재 몰타의 한 병원에서 메디컬 인턴 수습 중이라고 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자기소개를 하자, 피우스는 짧게 “반갑다”라고 응했지만, 인상은 무뚝뚝했다. 그는 키가 190cm에 가까운 거구였고 체격도 상당했다.

피우스에게 어느 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아벨미가 말을 가로채며 “온라인 의료 상담을 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피우스는 집주인 조이에게 자신을 ‘박사(Doctor)’라고 불러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메디컬 인턴이 어떻게 박사일 수 있지?’ 의문이 들었지만, 내가 의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유럽의 시스템에 대해 아는 바도 없어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날 저녁, 조이와 아벨미가 외출을 하고 집에 나와 피우스만 남게 되었다. 그는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한낮인데도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그는 방에서 나올 때조차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에게는 한마디 말도 걸지 않았다. 첫인상은 솔직히 좋지 않았다.


아벨미는 “피우스는 영어를 잘하니까 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야”라며 기대 섞인 말을 했지만, 내가 처음 받은 인상은 거의 ‘빵점’이었다.


이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새로 들어온 이 친구가 부디 알바로처럼 나를 실망시키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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