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길을 걷다 마주하는 따뜻한 인사들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금요일 밤, 우연히 마시게 된 와인이 있었다. 지인이 추천해 준 와인이었는데, 그 친구는 와인에 대해 상당한 식견이 있었다.
평소엔 와인의 끝맛이 떫고 낯설어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그 친구의 설명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구매해 마셔보니 정말 맛이 좋았다.


나는 술에 대해선 그저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소주나 맥주에 익숙한 정도였고, 와인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좋은 와인을 즐기려면 조금은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당분간은 그 친구의 조언을 따라 와인을 선택해 볼 생각이다.


그날은 와인 한 병을 가볍게 나눠 마시고 깊은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 7시. 토요일 아침이었고, 특별한 일정도 없었다. 잠시 원거리 여행을 떠나볼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다음 주에 예정된 이탈리아 밀라노와 스위스 여행 루트를 마무리해야 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해 자주 가는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도보로 20분 정도 되는 거리. 가방을 메고 걷다 보니, 맞은편에서 대학생들이 걸어오기도 하고, 익숙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와도 마주쳤다.

이곳에 와서 자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길을 걷다 보면 서로 얼굴을 바라보게 되고, 상대방도 늘 그렇게 얼굴을 보며 눈웃음을 짓거나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아예 눈을 피하곤 했지만, 이제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오늘도 역시, 작은 골목 삼거리에서 뒤에서 다가오는 차 소리를 듣고 운전자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해주었더니, 운전자가 환한 얼굴로 고맙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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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가까워질 무렵, 멀리서 걸어오던 흑인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나도 손을 가볍게 들어 "하이"라고 응답했다.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는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이런 인사를 불필요하게 여길 수도 있고, 무심히 지나치는 것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 몰타에서는,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 짧은 순간들 인사를 나누는 일, 손짓 하나에 웃음으로 답해주는 태도 속에서,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지도 모를 이들과도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인종은 다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를 존중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임을 느꼈고, 마음 한켠이 환하게 밝혀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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