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오늘은 목요일이다.
지난주 목요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났고 화요일에 몰타로 돌아오다 보니 이번 주는 수요일부터 일상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가지 않는 날에는 학교에 가는 것 외엔 특별한 일이 없다. 외국인으로서 이곳에서 나를 반겨주는 공간이 많지 않기에, 주로 학교나 간단한 외출 외에는 갈 곳도 드물다.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평소 자주 보던 초등학생이 분홍색 고깔모자에 지팡이 같은 것을 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무슨 행사가 있나 싶었는데, 모자와 망토 차림의 모습이 생소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담임교사 Dinne이 오늘은 평소 쓰던 워크북 대신 핼러윈 데이에 관한 수업을 할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핼러윈 데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유래나 의미에 대해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에 기념하며,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큰 행사로 여겨진다. 기원은 16세기 유럽의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영국 등지로, 여름의 끝과 수확의 마무리, 그리고 겨울의 시작을 상징하는 날이다.
이날 사람들은 무나 감자, 호박 등을 파내 안에 초를 넣고 겉면에 귀신 얼굴을 조각해 장식한다.
어두워진 후 아이들은 귀신처럼 분장하고 이웃집을 돌며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며 간식을 받는다.
중세 영국에서는 부유층이 가난한 이들에게 건포도와 향신료가 들어간 ‘소울 케이크’를 나누어 주기도 했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집 밖에 음식을 놓아두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 역시 분장을 하고 핼러윈을 즐기고 있었다. 핼러윈이 단지 아이들의 축제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학교 기숙사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한국 학생이 저녁 식사에 초대해 공용 키친룸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분장을 한 학생들이 ‘파쳐빌(Paceville)’의 밤거리를 즐기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몰타의 젊은이들은 누구랄 것 없이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고, 다양한 분장을 하며 직접 축제를 즐기려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나와 함께 온 한국 학생에게도 분장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익숙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친구는 식사 후 간단한 분장을 하고 밤 축제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핼러윈이 단지 거리 구경이나 사진 찍는 수준의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부터 대학생까지 모두가 자발적으로 분장을 하고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