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돌아갈 곳, 그리고 달라질 나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이곳에서의 나의 삶은 아무것도 엮여 있지 않다.

가족도, 직장도, 친구도 어떤 관계도, 어떤 의무도 이곳에서 나를 구속하지 않는다.
엮여 있지 않다는 사실은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곧 ‘자유’라는 말과 자연스레 이어졌다.


한 집의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녀들,
수십 년을 드나들었던 익숙한 직장,
매일 마주하던 직원들과의 상호작용,
수입을 책임지던 일상의 무게 속에서 나는 살아왔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나’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몰타라는 섬에서 그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무시할 수도 있고, 뒤로 미룰 수도 있다.
그 누구도 내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내가 개입할 방법도, 책임질 일도 없다.
그저 한 발짝 물러나, 조용히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를 찾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오랜 시간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보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하지만 이 행복 속에서도,
곧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나를 멈춰 세운다.


돌아가면,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어제, 내 영어 담임교사 다이얀에게 그 말을 털어놓았다.
돌아가는 것이 조금 두렵고, 예전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야 할까 걱정이라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다이얀은 내 마음을 단번에 꿰뚫었다.

이름 모를 동상과 꽃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단순히 영어 공부만 한 게 아니라,
이곳에서 지내며 당신의 지난 삶을 돌아봤고,
앞으로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을 거예요.

그래서 돌아가도 예전과 같은 삶은 살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그래, 나는 분명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나에게 묻고, 나를 들여다본 그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성찰,
그 모든 것을 잊지 않기를...
과거의 습관에 순응하지 않기를...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조금씩 정리해 나갈 것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 선택의 순간들이 내가 원하는 삶을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이는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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