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이곳에서의 나의 삶은 아무것도 엮여 있지 않다.
가족도, 직장도, 친구도 어떤 관계도, 어떤 의무도 이곳에서 나를 구속하지 않는다.
엮여 있지 않다는 사실은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곧 ‘자유’라는 말과 자연스레 이어졌다.
한 집의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녀들,
수십 년을 드나들었던 익숙한 직장,
매일 마주하던 직원들과의 상호작용,
수입을 책임지던 일상의 무게 속에서 나는 살아왔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나’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몰타라는 섬에서 그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무시할 수도 있고, 뒤로 미룰 수도 있다.
그 누구도 내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내가 개입할 방법도, 책임질 일도 없다.
그저 한 발짝 물러나, 조용히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유’를 찾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오랜 시간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보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하지만 이 행복 속에서도,
곧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나를 멈춰 세운다.
돌아가면,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어제, 내 영어 담임교사 다이얀에게 그 말을 털어놓았다.
돌아가는 것이 조금 두렵고, 예전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야 할까 걱정이라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다이얀은 내 마음을 단번에 꿰뚫었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단순히 영어 공부만 한 게 아니라,
이곳에서 지내며 당신의 지난 삶을 돌아봤고,
앞으로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을 거예요.
그래서 돌아가도 예전과 같은 삶은 살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그래, 나는 분명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나에게 묻고, 나를 들여다본 그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성찰,
그 모든 것을 잊지 않기를...
과거의 습관에 순응하지 않기를...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조금씩 정리해 나갈 것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 선택의 순간들이 내가 원하는 삶을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이는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