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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모래를 타고 온 사하라의 바람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몰타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건, 이곳 날씨가 정말 좋다는 것이다.
비 오는 날만 아니라면, 매일같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사진으로 찍어도, 피사체보다도 배경의 하늘이 더 인상적일 정도다.


그런데 어제부터 하늘빛이 변했다.
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더니, 바람 속에 모래가 섞여 흩날리기 시작했다.

‘돌로 된 섬인 몰타에 무슨 모래바람이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어제는 급히 필요한 물건을 사러 시내로 나갔는데, 바람은 거세고 그 속에 섞인 모래가 마치 안개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주차된 차량들은 황색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바닥도 마치 누군가 모래를 뿌려놓은 듯했다.

교실에 본 모래바람

이튿날 아침,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수업을 듣기 전, 티쳐 케빈에게 이 모래바람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웃으며, "몰타에서 나는 게 아니라, 저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에요. 유럽 전역까지 영향을 주곤 하죠."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불어온다는 말을 듣자 갑자기 마음이 두근거렸다.
“언젠가 사하라 사막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못 가더라도, 아프리카 대륙 땅에 한 번이라도 발을 디뎌보고 싶어졌다.


강의실 창밖으로 바라본 시내 풍경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늘 보이던 푸른 바다 대신, 온통 누렇게 흐릿한 공기만이 가득했고, 몇 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오늘은 빨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몰타에 올 때 짐을 최소한으로 챙겨 온 터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빨래를 해야 다음 날 입을 옷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날씨엔 빨래를 널기도 망설여진다.
모래가 날리는 이 바람 속에 옷을 널었다간, 깨끗이 빨아놓고 다시 먼지 덮는 꼴이 아닐까!


한국에 있을 땐 만성 인후염이 있었는데, 몰타에 와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맑은 공기와 적절한 습도가 내 건강을 되찾게 해 준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황색 모래바람이 내 목을 다시 자극할까 봐, 외출은 삼가고 오늘 하루는 조용히 실내에서 지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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