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로의 여행을 계획하며, 몰타에서 프랑스 툴루즈까지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나는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고자 비행기 창가 쪽 좌석, 그것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 위치를 골라 일부러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 당일, 공항에 도착해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좌석에 앉으려는 찰나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 창가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 창문이 없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내 옆엔 회색 벽만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분명 예약할 땐 창문이 표시되어 있었고, 추가 요금까지 냈는데 말이다.
툴루즈까지의 비행은 약 3시간. 그냥 참기로 했다. 짧은 거리니까, 눈 감고 견디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지루하고, 불편했다. 구름 위를 나는 장면 하나 없이, 창밖의 변화도 느끼지 못한 채 묵묵히 앉아 있는 그 3시간은, 오히려 10시간짜리 국제선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날 밤, 유럽 본토로의 첫 번째 여행의 설렘에 잠도 설쳤는데, 이상하게도 비행기 안에서는 잠도 오지 않았다. 옆자리에는 유럽인 부부가 앉아 있었고, 둘만의 대화를 나누느라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말이라도 한마디 섞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참을 앉아 있다 보니 팔다리가 저려왔다. 기지개라도 켜고 싶은데, 통로로 나가려면 부부 두 사람이 동시에 일어나야 했다. 그 부탁을 꺼내는 것조차 눈치가 보여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승무원에게 말이라도 해볼 걸 그랬다. 추가 요금을 낸 좌석에 창문이 없다면, 다른 좌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내가, 더 답답하고 아쉬웠다.
그렇게 첫출발부터 꼬인 여행. 창문 하나 없는 비행기 안에서 느낀 답답함은, 기대와 설렘으로 부푼 마음까지 눌러앉게 만들었다.
매일같이 해는 뜨고, 하루하루는 반복되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은 매번 같을 수가 없나 보다. 그날, 나에게만은 유난히 길고 답답한 하루였다.